주요 은행들이 잇달아 대규모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강화하고 불안한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9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조만간 7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5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지만 채권처럼 매년 이자를 받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은행으로선 하이브리드채권이 기본자기자본에 편입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본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7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약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BIS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4.70%와 15.84%로 은행권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17.72%) 등 외국계 은행보다는 낮은 편이다.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나선 이유는 잠재적 손실에 대한 흡수 능력을 키워 급격한 금융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갑자기 금융쇼크 등으로 시장이 나빠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자본의 덩치를 더 키워놓겠다는 의미다.

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된 물량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 잇따를 것”이라며 “최근 국고채 금리가 낮아져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