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을 떠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9일 이스라엘 최대 갑부 이아단 오퍼 이스라엘그룹 회장(사진)의 영국 런던 이주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반재벌 정서’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측근들이 전하는 이주의 첫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상황’이다. 런던에 고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오퍼 회장의 모친은 이미 런던으로 떠났으며, 최근 제대한 아들도 학업을 위해 런던에 머물 예정이다.

하지만 FT 등은 이스라엘 언론을 중심으로 재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야당인 좌파 노동당은 올 들어 오퍼 회장을 지목해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좀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에는 소수의 재벌가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에 수십만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오퍼 회장의 측근은 “정부에 더 많은 투자를 요구받는 동시에 세금을 더 많이 물지 않는다고 욕먹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오퍼 회장이 최대주주인 이스라엘그룹은 이스라엘 최대 지주사로 전기차 생산부터 부동산, 해운에 이르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재산은 65억달러(약 7조38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런던 이주로 ‘절세 효과’도 누리게 된다. 이스라엘에서 50%에 이르는 소득세 부담이 런던에서는 25~3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스라엘 등 영국 바깥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영국으로 송금하지 않는 한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자들의 런던행은 올 들어 줄을 잇고 있다. 안드레이 보로딘 전 모스크바 은행장을 비롯해 프랑스의 영화배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소프트웨어업체 다소시스템스의 고위 임원들이 런던으로 이주했다. 지난 5년간 영국 거주 프랑스인의 수는 약 30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