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회사 체육대회 날이었다. 평소 씨름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나는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씨름에 참가했다. 우승을 다짐하면서 상대방 샅바를 손에 움켜쥐었다. 불과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안다리걸기로 상대를 넘어뜨릴 찰나였다. 순간적으로 내 몸이 마비가 돼 움직일 수 없었다. 동료 직원들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몸을 맡기는 신세가 됐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도 의식은 멀쩡했다. 하지만 팔과 다리에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안타까움에 소리를 질러봐도 마비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서야 양쪽 다리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안도했지만 곧바로 양 손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본격적인 검사는 이튿날이 돼서야 시작됐다. 자기공명영상(MRI) 등 여러 검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검사 결과는 의외였다. 경추 3마디에 수술이 필요했다. 재활치료 기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수술 후 목에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받았다.

가족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만약 내가 장애인이 되면 우리 가족 생계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겪어야 할 육체적인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가족 전체가 떠안아야 할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생각하니 몹시 괴로웠다.

수술을 앞두고서 틈틈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의 병원비도 걱정이었다. 회사에선 기본적인 치료비를 지급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신할 수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몸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면서 하루 종일 옆에 있는 아내의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운 걸 처음 알았다. 수술 후 아내의 첫마디는 “수술이 잘 끝났다니까 걱정 말고 재활치료나 신경 쓰세요”였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을 위해 내가 미리 가입해둔 보험이 있어서 병원비는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

그 순간 ‘여자는 몰라도 아내의 말은 무조건 따르라’던 직장 선배의 조언이 생각났다. 한평생을 살면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며 보험에 들겠다던 아내와 옥신각신했던 나였다. 부끄러웠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내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건강보험과 암보험, 실손보험 등에 가입해 놓고 매달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

보험금은 병원비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장애 진단자금까지 받았다. 지금은 재활치료를 병행하면서 회사에도 다시 출근하고 있다.

나는 그날 이후 다시는 씨름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대신 동료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의 의미를 전달하는 보험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글은 2012년 삼성생명이 주최한 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