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깨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무서운 것을 봤을 때, 누군가로부터 위협당하는 꿈을 꿨을 때다. 그런데 이 같은 악몽을 다른 사람보다 자주 꾸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 성향, 성별 등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크리스 프랠리 심리학과 교수팀은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성향에 따라 악몽을 꾸는 횟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정치적 성향을 파악한 후 석 달간 꿈 내용을 기록했다. 그 결과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악몽을 두 배가량 자주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랠리 교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를 검사한 결과 보수적인 성향일수록 평소 위험에 대한 인지 능력이 훨씬 높았다”며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와 저항이나 위협에 대한 강렬한 거부감이 꿈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 성향에 비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비몽사몽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내 편과 다른 편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고 이상적인 생각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악몽을 자주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스톨웨스트오브잉글랜드대의 제니퍼 파커 심리학과 교수팀은 남녀 100명씩을 대상으로 1년간 연구를 실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파커 교수는 “여성은 잠들기 직전의 걱정과 근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 나쁜 꿈을 많이 꾼다”고 설명했다.

자는 자세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홍콩 수런대의 캘빈카이칭 유 박사팀이 대학생 67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엎드려서 자는 사람이 다른 자세로 자는 사람보다 야한 꿈을 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박사는 “엎드려 자면 위와 폐가 압박돼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며 “이는 대뇌 뇌파를 혼란스럽게 하고 무의식의 영역을 더욱 자극해 야한 꿈을 꾸게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