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충당금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대 실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5일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9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분기보다는 1.58% 줄었다. 매출액도 52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4.87% 늘었지만 전분기보다 7.24%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연결 영업이익은 8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시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판매 호조 덕에 비수기인 1분기에도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정보통신 6조~6조4000억원, 반도체 9000억~1조1000억원, 디스플레이 9000억~1조원, 디지털가전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7000만대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분기 대비 약 10% 증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갤럭시S3, 노트2 등 하이엔드 제품 외에도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S3 미니가 신흥국 시장에서 잘 팔렸다"고 말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저가에서부터 프리미엄까지 완벽한 스마트폰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며 "경쟁사들의 부진, 삼성전자의 유통시장 장악 등으로 1분기 스마트폰이 70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충당금을 고려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더욱 컸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익 창출 능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며 "이번 실적에는 애플 소송 관련 충당금 6억달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사실상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충당금 규모는 공개할 수 없다"며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충당했다"고 밝혔다.

증시전문가들은 강화된 스마트폰 경쟁력을 앞세워 2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가도 실적 개선에 따라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8조원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세철 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 부품주가 많이 올랐는데 실질적인 이익은 결국 삼성전자가 가져갈 것"이라며 "올 2, 3분기에 갤럭시 S4, 노트3 등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고 있어 주가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지부진했지만 결국 실적이 반영되면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2분기 실적 신뢰도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인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 61조원, 영업이익은 11조원으로 예상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하락한 지금이 삼성전자 매수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