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자동차 등 30대 그룹이 작년보다 7.7% 늘어난 148조8000억원을 올해 설비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신규 고용도 12만8000명으로 작년보다 1.5% 늘리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윤상직 장관 주재로 열린 ‘30대 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30대 그룹은 올해 설비투자에 91조1000억원, R&D에 29조4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작년보다 각각 9.6%와 13.8% 늘렸다. 그룹별로는 삼성 49조원, 현대차 13조8000억원, LG 20조원, SK 16조6000억원 등이다. 30대 그룹은 올해 12만8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 가운데 고졸 인력을 4만7000명 뽑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윤 장관은 “여러분이 잘 해줘야 나도 ‘명(名)장관’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각 그룹 사장들은 돌아가며 투자·고용 계획을 설명하고 정책 제안을 했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올해 투자는 유동적으로 집행하되 고용은 가급적 늘리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철강 업계는 “엔저로 해외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열세에 몰리고 있다”고 대응책 마련을 건의했다. 윤 장관은 이에 “엔저로 일본 부품 수입에 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 고 답했다.

경영활동에 필요한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건의도 많았다.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초당 10m 이상을 움직이는 고성능 엘리베이터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밖에 못 만들 정도로 첨단 고부가 산업인데 정책금융 지원은 별로 없다”고 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고층 빌딩이 늘면서 엘리베이터 산업도 첨단사업에 속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잘 몰랐던 점을) 반성하겠다”고 답했다.

김영태 SK 사장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그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외국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세우고 싶어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조인트 벤처 투자 규제 등 외국인 투자를 제약하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제조업에만 주어지는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항공산업에도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항공기 한 대를 구입하면 3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 장관은 “서비스업 육성 차원에서 관계부처와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한 참석자는 “간담회가 딱딱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윤 장관이 기업 의견을 많이 들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윤 장관이 기업들을 업(up)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와 전경련은 분기마다 30대 그룹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투자·고용협의회’를 열어 기업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태명/전예진/정성택/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