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3일 오전 6시44분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가 부진한 실적에 발목을 잡혔다. 두 기업의 실적이 상반기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상장작업을 보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당기순이익이 1713억원으로 전년보다 53%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48% 줄어 3072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14% 늘어난 21조7004억원을 올렸다. 주당 순이익은 1495원에서 700원으로 반토막 났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SK이노베이션 S-Oil 등 동종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을 단순 적용하면 현대오일뱅크의 주당 가치는 9590~1만4490원 수준이다. 여기에 공모시 통상 적용되는 할인율 20~30%를 반영하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책정해 놓은 장부가(1만323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가 현 실적으로 상장하면 현대중공업은 회계상 손실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공모규모 1조원 이상의 ‘빅딜’로 꼽히는 SK루브리컨츠 역시 실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은 3조752억원으로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999억원, 2194억원으로 42%씩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 모두 공식적으로는 하반기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코스피지수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상장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이 상장을 보류하면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빙하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대형 공모주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현대로템과 미래에셋생명 정도뿐이다.

산은금융지주 IPO는 새 정부가 민영화 방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재무적투자자인 우리 프라이빗에쿼티(PE)와의 계약에 따라 올해 상장해야 하는 현대로지스틱스는 532억원 적자를 나타내 시장 관심권에서 벗어났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