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경영학] 셰일가스 붐 내다보고 설비교체…파산 1년만에 101억弗 흑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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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의 미학 보여 준 美화학 3인방 / 한국경제신문·BCG 공동 기획
리온델바젤
나프타 대신 값 떨어진 에탄 집중…경쟁사보다 3년 앞선 투자로 성공
페트로로지스틱스
남들 외면했던 프로판에 주목…신공법으로 3년 적자 수렁 탈출
TPC그룹
나프타 의존하던 업계관행 깨고 부탄으로 부타디엔 생산해 '대박'
리온델바젤
나프타 대신 값 떨어진 에탄 집중…경쟁사보다 3년 앞선 투자로 성공
페트로로지스틱스
남들 외면했던 프로판에 주목…신공법으로 3년 적자 수렁 탈출
TPC그룹
나프타 의존하던 업계관행 깨고 부탄으로 부타디엔 생산해 '대박'
“코퍼스크리스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연말까지 에탄분해시설(ECC)로 완전 전환합니다.”
2009년 5월14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석유화학회사 리온델바젤의 회의실. 이날 취임한 제임스 갤로글리 최고경영자(CEO)의 폭탄 선언에 임원들이 술렁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그의 불호령에 임원들은 서둘러 자리로 흩어졌다. 엔지니어들은 원료를 나프타에서 에탄으로 바꾸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에탄은 셰일가스 개발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2010년 ECC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원가절감에 힘입어 그해 101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28억달러 순손실에서 대대적인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셰일가스가 몰고 온 북미 석유화학 시장의 지각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에탄 설비로 발빠르게 전환해 흑자전환
리온델바젤은 2007년 12월 미국의 리온델케미컬과 네덜란드의 바젤이 합병해 탄생한 미국 3위의 석유화학 업체다. 합병 당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시장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회사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 급감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탓에 73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합병 1년 만에 벼랑 끝에 내몰렸다. 결국 2009년 1월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온델바젤은 석유회사 코코노필립스의 부회장을 지낸 갤로글리를 구원투수로 영입하고 대규모 혁신에 들어갔다.
유화업계 경력 30년의 베테랑인 갤로글리는 셰일가스 개발로 에탄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점에 주목하고 과감하게 설비 전환을 단행했다. 덕분에 에틸렌 생산원가를 과거 나프타 사용 때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비업무용 자산을 팔고 비용을 줄인 결과 리온델바젤은 1년 만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났다. 지난달 13일 뉴욕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갤로글리는 투자자들에게 “경쟁사들보다 2~3년 앞서 에탄 설비로 전환한 전략이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도 발굴
미국 사모펀드 린지골드버그의 데이비드 럼킨스와 네이선 티캐치는 북미에서 ECC가 늘어나면서 프로필렌 생산이 감소하는 현상을 눈여겨봤다. 나프타가 에탄의 인기에 밀리자 나프타를 분해해 얻던 프로필렌 공급이 덩달아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프로필렌 수요는 여전했다. 이들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프로판으로 프로필렌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사모펀드들이 연합해 세운 유화업체인 페트로로지스틱스를 통해 2008년 엑슨모빌의 NCC를 사들였다. 곧이어 프로판으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PDH 설비를 도입, 공장을 탈바꿈시켰다. 가스회사 엔터프라이즈로부터 5년간 프로판을 싸게 들여오기로 약속하고 동시에 다우, 토탈 등에 프로필렌을 최장 4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PDH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는 산업용 가스업체인 프락스에어에 10년 동안 판매하기로 했다. 201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페트로로지스틱스는 2010년 10월 PDH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완벽히 변신했다. 2010년 39억달러 순손실을 2011년엔 12억달러 순이익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 회사의 성공으로 PDH 공정은 유화업계 전체로 확산 중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SK가스도 2016년부터 울산에서 PDH 설비로 프로필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셰일가스 개발로 프로판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 PDH 공법의 경제성은 더욱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TPC그룹
휴스턴에 본사를 둔 TPC그룹은 셰일가스 붐으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 회사는 나프타에서 추출한 부틸렌을 사들여 합성고무에 쓰이는 부타디엔을 만든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로 NCC가 줄어든 데다 이머징 시장에서 타이어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타디엔 가격이 오르자 부틸렌 업체들까지 직접 부타디엔 생산에 뛰어들면서 원료 조달이 어려워졌다. 고민 끝에 TPC그룹은 2011년 8월 부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설비를 도입했다. 나프타에만 의존하던 업계의 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2010년 16억달러였던 매출이 이듬해 27억달러까지 껑충 뛴 것도 부탄의 힘이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탄에서 부타디엔을 얻는 기술은 1900년대 초반에 개발됐지만 나프타보다 경제성이 떨어져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부타디엔 가격이 급등하고 셰일가스 개발로 부탄이 싸지자 TPC그룹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BCG이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