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완화서 기업 氣살리기로…아베노믹스 '시즌2'
“이젠 기업이다.”

금융완화에 집중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법인세 감면과 벤처산업 육성, 외국 기업 유치 등이 골자다. 자원 외교를 통해 기업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려는 작업도 한창이다. 아베노믹스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탈출을 위해 또 다른 퍼즐을 맞추고 있다.

○기업 ‘기 살리기’ 정책 총동원

아베노믹스의 출발점은 금융완화다. 그러나 늘어난 유동성이 기업의 투자와 실적 개선, 임금 상승 등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허사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방향을 틀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첫 번째 카드로 ‘감세’를 뽑아 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일본 정부가 산업구조 개혁과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다양한 법인세 감면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선 여러 기업이 함께 투자한 유한책임회사(LLC)를 연결납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LLC의 적자를 모기업의 실적에 반영할 경우 그만큼 이익 규모가 감소해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다. 적자가 커지면 모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속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자회사 인정 범위도 확대한다. 지금은 모회사가 100% 출자한 ‘완전 자회사’의 실적만 법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80%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법인세를 경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벤처기업으로부터 나온 배당금에 대해 과세를 연기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의료와 에너지 등 성장 분야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제로(0)’ 특구를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의 실효 법인세율(실제 적용되는 세율)은 35% 수준(도쿄 기준)이다. 20%대인 한국 중국 영국 등 경쟁국에 비해 높다. 당장 법인세율 자체를 낮추긴 어려운 만큼 다양한 감면 제도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의도다.

○자원 외교에도 총력전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잇따라 방문한 데 이어 최근엔 몽골을 찾았다. 이달 중엔 러시아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가 오는 29~30일 러시아를 방문키로 하고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2003년 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이후 10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러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전력 등을 들여오는 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외국 순방에는 자국 기업의 활동범위를 넓혀주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최근 발표된 동남아 각국의 인프라 개선 사업에 일본 기업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러시아산 전력 도입 사업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쓰이물산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의 자원 외교 일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이니치신문은 “조만간 러시아에 이어 중동을 방문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