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월 300만원은 대단한 수입이죠. 10억원 이상의 현금자산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얼마 전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따져 보니 금세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10억원으로 연 3%짜리 정기예금에 들어 얻는 이자가 세금을 감안해 3000여만원 선이라는 게 간단한 산수로도 나오더군요. 군말 말고 회사생활 열심히 해야겠다는 소심함을 살짝 자극하는 결과였습니다.

샐러리맨이든 자영업자든 누구나 자신의 벌이에 불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진 돈의 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월급 300만원의 값어치는 5년 전과 비교해 천양지차입니다.

한때 ‘10억 만들기’ 류의 재테크 서적이 붐을 이룰 만큼 10억원은 소시민에게는 꿈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저금리는 이제 웬만한 월급쟁이에게 10억원대 자산가에 버금가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금리는 생각 이상으로 힘이 셉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주범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붕괴도 저금리에서 촉발됐습니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9·11 테러 이후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밀어붙였고, 그 때문에 풍부해진 시중자금이 무분별하게 서브프라임 투자로 몰려간 것이지요.

‘잃어버린 10년’이라던 일본의 부진 역시 장기 제로금리가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고금리를 좇아 해외로 몰린 와타나베 부인들의 투자가 엔화 가치를 높인 탓에 경쟁력 약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지요.

꼭 경제학자가 아니어도 저금리 현상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한경 베터라이프에서 저금리에 대처하는 지혜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