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이 이슈다. 전세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세입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KB주택가격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전세 가격은 0.2% 올랐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0.8%, 서초구가 0.9% 상승하는 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신규 주택구입 수요자들이 매입을 보류하고 있는 가운데 결혼, 교육에 따른 이주 등으로 봄철 이사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전세매물이 귀한 가운데 그나마 있던 전세매물은 반전세나 월세로 넘어가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시중은행들은 각종 전·월세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금리뿐 아니라 수수료 면제 등 각종 요건이 은행마다 다른 만큼 상황에 맞는 대출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세계약 만료 시점에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고 대출액이 어디까지인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은행, 연 3%대·근로자 우대

기업은행은 전세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에게 최저 연 3%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IBK근로자우대 전세대출’을 지난달 25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기존 전세자금 대출과 달리 보험증권이나 보증서를 발급받지 않아도 돼 0.3~0.5%의 보증료 부담이 없다. 거래실적에 따라 대출금리도 최고 0.5%포인트 추가 감면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을 1년간 빌릴 경우 최저 대출금리는 연 3.67%(3월25일 기준)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 평균 연 4.19%)와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보증료 감안 약 4%)보다 낮다. 소득이 있는 근로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임차금액의 70% 범위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빌려준다. 기한 전 상환수수료도 전액 면제해 언제든 상환이 가능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금리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근로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근로자들의 주거와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반전세 전용상품 출시

우리은행은 반전세 및 월세 입주자들을 위해 3월29일부터 월세 전용 신용대출상품인 ‘우리 월세안심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 대상은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에 반전세 또는 전액 월세로 계약한 사람으로, 소득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임차보증금의 80% 범위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하며 보증금 없이 전액 월세인 경우에도 대출할 수 있다. 연소득 기준의 신용대출이기에 보증료 부담도 없다. 대출한도 내에서 월세 자동이체와 대출 상환이 자유롭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없다. 대출 때 발생하는 인지대도 면제된다. 대출기간은 최초 신청 때 최대 2년이며 기한 연장도 가능하다. 금리는 3월28일 현재 고정금리 기준 연 4.70~6.05%이다. 또 급여 및 공과금이체, 적금납부 등 은행 거래실적에 따라 추가로 연 0.7%포인트 금리 우대가 적용된다.

신한은행은 1일 ‘신한월세보증대출’과 ‘신한월세나눔통장’을 출시했다. 전세에서 보증부월세로 전환되고 있는 임대차시장 변화에 따라 서민들에게 월세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취지다. 신한월세보증대출은 보증부월세를 계약하고 거주 중인 고객의 주거안정을 위한 상품이다. 매월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월세자금을 최고 5000만원 한도로 약정하고 금리를 적용한다. 신한월세나눔통장과 연결해 사용한다. 월세자금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매월 월세가 임차인의 계좌에서 임대인 계좌로 자동 이체돼 임차인은 정해진 일자에 걱정 없이 월세를 지급할 수 있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자유롭게 입금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한월세나눔통장은 대출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 가능하다. 매월 지정된 일자에 임대인 계좌로 월세자금이 자기업동 이체된다. 이체수수료는 없으며 필요 시 월세 이체 알림SMS 문자서비스를 신청해 월세 이체 유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말 소득공제에 편리하도록 이체내역서 발급 서비스도 제공한다.


◆낮은 이자의 국민주택기금 대출

우리 신한 기업 농협 하나 국민 등 6개 시중은행이 대행 판매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의 전세대출도 낮은 이자에 최고 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연간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신청 가능 규모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이며 2년 뒤 일시상환(3회 연장, 최장 8년 가능)해야 한다. 지난해 12월21일부터 금리도 연 4%에서 연 3.7%로 낮아졌다. 문제는 연소득의 기준이 ‘가구주 단독’에서 ‘부부 합산’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과 배우자의 소득 합계액이 얼마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또 올해부터는 수당이나 상여금도 연 소득에 포함됐다.

국토교통부가 이처럼 전세대출 자격을 강화한 것은 2011년 6월 감사원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서민을 지원해야 할 주택기금이 많은 성과급과 상여금을 받는 대기업 고소득자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소득 기준을 가구주 단독에서 부부 합산으로 바꾸고 수당도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최근 각 시중은행의 영업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소관 부처가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안을 협의 중이다.


◆인터넷 상품도 활용할 만

농협은행은 2월12일 인터넷뱅킹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농협 인터넷 전세론’을 출시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신용보증서를 담보로 하며,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재직기간 3개월 이상인 급여소득자가 대상이다. 대출한도는 500만원 이상, 최대 1억6600만원이다. 대출서류 우편송부 고객, 급여이체 고객, 당행우수고객(하나로가족고객)에게는 최고 연 0.7%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3월25일 기준 최저 금리는 연 4.2%다.

2011년 11월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인터넷 전세자금 대출 ‘아이터치론’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말 기준 실적은 1092억원. 전세금의 5% 이상을 지급하고 1년 이상 소득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전세금의 80% 이내에서 최대 1억66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무직이거나 재직기간이 3개월 이하인 사람도 별도의 소득증빙 자료 없이 1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의 ‘우량주택 전세론’은 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상환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캐시백 포인트로도 가능하다. 주택 보유나 단독가구주 여부, 소득 및 주택 크기와 관계없이 전세금의 60% 범위에서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최대 한도 1억5000만원으로 여유자금을 마이너스통장에 입금하면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대출원금이 줄고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 이용시 소득공제한도인 연 300만원까지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