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만점자 비율 1%' 안 맞춘다
오는 11월7일 실시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국어·수학·영어 영역을 이전 수준의 B형과 이보다 쉬운 A형으로 나눠 치러짐에 따라 ‘영역별 만점자 1% 유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수험생이 어느 유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등급 커트라인이 달라질 수 있어 수험생 혼란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9일 EBS 교재와의 연계율을 지난해처럼 70%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수험생 쏠림 현상따라 대혼란 가능성

김경훈 교육과정평가원 수능출제본부장은 “B형은 작년·재작년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고 A형은 조금 쉽게 낸다는 것이 출제의 기본 원칙”이라며 “다만 선택형 수능으로 응시자가 나뉘는 만큼 올해는 예년 같은 만점자 1% 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A·B형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수능 출제에 어려움이 있다”며 “6월5일과 9월3일 두 차례의 모의평가 결과를 참고해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험생 쏠림 현상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은 인문계의 경우 국어B·수학A·영어B, 자연계는 국어A·수학B·영어B를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60여개 주요 대학이 B형 2개를 요구하는 데다 A·B를 모두 반영하는 대학들도 B형을 치른 수험생에 대해 최대 30%의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하위권에서는 A형을 선택할 경우 2등급 이상 점수가 올라 가산점 차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어 ‘눈치작전’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서울교육청 주관으로 전국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른 전국학력평가에서는 국어 A형 선택률이 49%, B형이 51%였으며 수학은 각각 62%와 38%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어는 B형 선택률이 85%였고 A형은 15%에 불과했다. 국어와 수학은 계열에 따라 선택이 분명하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A의 경우 수험생 숫자가 적고 난이도가 쉬울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문·이과 구분이 없던 예전과 달리 올해는 자연계 고득점자라도 국어는 쉬운 A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문과 학생이 국어 A형을 선택하면 좋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모의수능 점수 보고 A·B형 선택해야

입시 전문가들은 6월과 9월의 모의수능 결과와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의 유형 지정 현황을 고려해 응시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영어B를 지정한 서울시내 주요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 진학이 어려운 4등급 이하 수험생이라면 과감하게 영어A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여전히 150여개 대학이 A·B형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중하위권 수험생이 국어A를 선택할 경우 이과 고득점자에게 밀릴 수 있으므로 차라리 가산점을 받는 B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순원 강남타임학원 원장은 “대학 원서 접수 때 나오는 눈치작전이 수능 과목 선택 때도 발행하는 상황이 됐다”며 “6월 모의수능 결과에 따라 수험생의 영역별 이동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태웅/강현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