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28일 키프로스 구제금융으로부터 촉발된 우려를 반영하는 지표로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인 ‘비트코인(Bitcoin)'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 이다슬 애널리스트는 "최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면서 "구글 검색 트렌드에서도 가장 최근의 수치는 피크 수준인 100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과 더불어 특히 유럽 지역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부상은 단순히 기존 화폐를 대신하는 편리한 지불수단이 등장했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키프로스 구제금융으로부터 촉발된 우려를 반영하는 지표로서 중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독점권을 위협하면서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무기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도 사토시’라고 알려진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의 거래는 P2P 기반 분산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이루어지며, 비트코인의 발행을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권의 명목 화폐와 달리 관리자가 공급량을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다만 예측 가능한 완만한 속도로 통화공급량이 늘어나도록 설계돼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까지(현재는 약 1100만) 늘어나게 된다.

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물리적 위조나 변경이 불가능하고, 시공의 제약 없이 거래할 수 있으며, 암호화 거래가 된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업체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워드프레스’가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승인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
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화폐로 환전해주는 서비스도 생겨났으며, 기준으로 삼는 환율도 실제 통화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의 부상은 시장에서 안전하다고 생각됐던 은행 예금마저 구제금융 과정에서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징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모든 예금자들에게 일정 비율의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은 무산됐지만, 결국 10만 유로가 넘는 고액 예금자들에게 40%의 헤어컷을 적용하는 방안은 합의됐다.

따라서 은행 영업 중지 조치와 더불어서 고액 예금자에게만 헤어컷을 적용하게 되면서 전면적 뱅크런 상황은 모면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제금융 방식이 유로존 구제금융의 본보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그는 "키프로스 불안감이 확대된 직후, 스페인 애플 앱스토어에서 비트코인 관련 앱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는 움직임이 관찰됐다는 언론보도를 본다면, 유로존에 대한 우려와 투자심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또 하나의 지표로 BTC(비트코인)-EUR(유로) 환율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