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은 내달 2일부터 이틀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하나의 경제: 저성장 시대의 상생(One economy: Co-petition, Co-rising)’을 주제로 ‘2013년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로 5회째 열리는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는 저성장 시대를 맞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추진 동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는 한국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정치 리더십이 대폭 교체됐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고,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중국에선 시진핑 시대가, 일본에선 아베 신조 총리 시대가 각각 열렸다. 새 정치 지도자들이 내놓는 성장 정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은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도 7%대로 낮춰 잡은 중국은 ‘내수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올해 2~3%대 성장이 예상되는 한국에선 박근혜 정부가 복지 확대와 대·중소기업 간 상생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는 이런 국내외 경제환경을 진단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깊이 있는 연설과 대담, 토론을 할 참석자들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이유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효율적인 자원 배분 연구에 천착해온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교사로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세계경제연구센터 소장,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 브레인인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등이 그들이다.

○간 나오토의 ‘아베노믹스’ 평가는?

간 전 일본 총리는 다음달 2일 오후 5시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의 생존 전략, 변화, 그리고 도약을 통한 하나의 경제(One economy) 구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아베 총리의 ‘아베노믹스(무제한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해 일본 정계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기조연설이 끝나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특별 대담이 이어진다. ‘아베노믹스’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이 일본 경기를 되살릴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세계 경제 발전에 불쏘시개가 될지 걸림돌이 될지 등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이라 간(가시 돋친 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간 전 총리가 관료들의 복지부동, 민주당 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 싸운 과정도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간 전 총리는 후생노동상을 맡던 시절 혈액제제에 의한 에이즈 감염 사고가 터졌는데도 관료들이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고 발뺌하자 스스로 정부 잘못을 입증하는 서류를 찾아내 공개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국가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소비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소신 있게 주장하거나, 민주당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재원 문제를 가볍게 봤다며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로스 교수와 사제(師弟) 간의 대화

행사 둘째날인 다음달 3일에는 국가 간 경쟁 상황을 어떻게 하면 상생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이끌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벌어진다. 이날 두 번째 세션인 로스 하버드대 교수의 연설과 로스 교수와 제자인 이수형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간 질의응답 이벤트는 백미가 될 전망이다.

로스 교수는 공생적 게임이론과 시장설계를 연구한 인물이다.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위기를 극복할 현실적 시장이론’을 주제로 연설한다. 강대국들이 서로 통화가치를 절하해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쓰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 이웃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고 상생하는 방법은 없을지에 관해 날카로운 분석과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스 교수는 자신의 이론이 현실에서 최적의 선택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삼성서울병원과 손잡고 한·미 장기이식 매칭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 지원 시스템도 그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의 반값 대학 등록금 정책 방안에도 조언을 해줄 전망이다.

그는 행사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게임이론과 시장설계를 도입하면 국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 사회의 편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은/도쿄=안재석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