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결산 법인 중 매출액 10조원 이상 기업이 전년보다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 1조원 이상 기업이 줄어든 것은 대형 제조업체들이 외형을 키우면서도 수익성은 챙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증시에서는 영업익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대형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크게 뛰어오르며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증시 양극화가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균형 발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 작년 매출 성장에도 영업익 감소한 곳 늘어
2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작년 매출액이 10조원을 넘긴 기업은 38개사로 전년(33개사)보다 5개사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기업은 18개사로 전년의 21개사보다 3개사가 줄었다.

'매출 10조원 클럽'은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 1조원 클럽'이 줄어든 것은 기업의 외형이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작년 한 해 국내 대형 수출기업들은 활발한 영업활동을 이어갔지만 세계 경기 침체가 깊어진데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위축됐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세계적 경기침체로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많이 팔면서도 값은 싸게 받는 '박리다매'형 거래가 많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은 작년에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작년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은 경기민감 업종인 소재와 산업재에 집중됐다.

그 중 현대중공업은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2.35%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6.3% 급감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매출은 2.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2% 줄었다.

심원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작년 발주 물량이 바닥 수준으로 내려가며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수주가격은 호황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재, 산업재는 중국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작년에 중국이 경제 침체를 겪으면서도 소재, 산업재 부문의 투자를 늘려 경쟁은 심해지고 수요 자체는 거의 죽어버린 상황이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 '영업익 1조 클럽' 주가 작년 17% 상승…증시 양극화 심화
한편 작년 영억이익 1조원을 넘긴 기업이 재작년보다 3곳 줄기는 했지만 이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나타낸 15개 기업의 평균 주가는 작년 말 기준으로 전년 말보다 17.39%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9.38%)를 훨씬 웃돌았다.

이는 같은 기간에·소형주가 집중된 코스닥 지수가 0.77% 하락한 것과도 대조된다.

영업이익 1조원 이상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정보기술(IT), 반도체, 중국소비주 등 일부 대형 업종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도 43.9% 급등했다.

CJ(53.9%), 한국가스공사(80.1%), SK(47.9%), SK이노베이션(22.5%), 롯데쇼핑(11.05%)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작년 영업익 1조 이상 기업 15개사 중 주가가 오른 기업은 모두 11개사로 절반이 넘었다.

양 연구원은 "작년에는 삼성전자나 반도체주 같은 특정 종목이나 특정 업종 중심으로 수익률 쏠림 현상이 심했는데 주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됐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양극화'가 심해진다면 자본조달과 기업 균형 성장 같은 증시 본연의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오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면 그 산업이 부진할 때 빈틈을 메워줄 대체 산업이 없어 국내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올해도 증시 양극화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이 시장의 자본 조달 기능을 제한하고 대-중소기업 간 균형성장의 기회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