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청이 리모델링한 지 4년밖에 안된 청사를 매각하고 최소 2000억원을 들여 새로운 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송파구와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구는 신천동의 현 청사를 매각하고,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분양 중인 문정지구 내 용지를 매입해 새로 건립하겠다는 구청장 명의 공문을 최근 서울시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송파구는 문정지구 내 송파대로변 상업지역(블록1)을 공공용지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곳에 대지면적 1만6530㎡, 연면적 6만3000㎡ 규모의 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구는 새 청사 건립에 최소 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 청사는 1988년 세워진 본관과 1998년 건립된 신관으로 구성돼 있다. 2009년엔 수십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시행 자회사인 롯데물산이 2011년 10월 청사부지를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청사 이전 계획이 처음으로 나왔다. 롯데는 송파구청 인근에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조성 중이다.

송파구는 현 청사 부지를 포함한 잠실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데다 문정지구에 대한 행정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2011년 말 청사 이전 계획을 처음 밝혔다. 청사가 낡고 주차장이 좁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다. 그러나 서울시가 “청사 건립은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반대하면서 추진되지 못했다. 구청사 건립은 기초자치단체 고유 권한이지만 문정지구 부지가 서울시 소유여서 청사를 이곳에 이전하려면 시의 승인이 필요하다.

송파구 관계자는 “그동안 반대해왔던 서울시가 최근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시와 협의를 거쳐 하반기에 신청사 관련 계획이 확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경기 서울시 행정국장은 “청사 이전의 필요성 및 부지 문제 등을 송파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이전을) 승인한다 안 한다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윗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된다면 이전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멀쩡한 청사를 옮기는 것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다.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현 청사는 교통여건상 주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데다 시설도 리모델링한 지 얼마 안돼 불편이 전혀 없다”며 반대했다. 최조웅 서울시의원(민주통합당·송파구)은 “구청사는 구민들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송파구가 일방적으로 청사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도 “구청사 건립은 재정 형편을 감안해 구나 구의회가 상식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안행부는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호화청사는 가급적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청사 부지를 매각할 때 자칫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 관계자는 “이전 계획이 확정되면 현 부지는 경쟁입찰에 부칠 것”이라며 “다만 롯데 측이 매입에 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