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중 대기업 불공정 납품 단가 인하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이 아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말이다. 윤 장관은 2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실태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지양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글로벌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장관이 강조한 ‘협력 생태계 조성’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 주요 과제 2순위에 올랐지만, 사실상 1순위에 다름 아니었다. 주요 과제 1순위는 선도형 신산업 육성 등 ‘융합 확산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이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산업부(옛 지식경제부)가 우선 내세웠던 ‘정보기술(IT) 융합’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산업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실물경제 현장이 공정과 상생의 새로운 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부 본래의 업무를 망각한 지나친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산업과 통상·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다. 특히 산업 진흥 및 육성 업무는 과거 상공부 시절부터 강조돼 왔다. 지식 경제, 녹색 성장 등 과거 산업부의 정책은 국내 산업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정작 산업부 공무원 사이에서도 산업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한 밖의 업무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 및 고발 권한은 공정위가 갖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일부 이양받을 산업부 산하 조직인 중소기업청도 주기적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부 관계자는 “권한과 관계없이 대기업 거래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라도 해결해야 한다”며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문제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중소·중견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불공정한 거래 환경은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을 생각하면 산업부가 내세운 주요 과제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처럼 보인다.

조미현 경제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