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차량 추격전이 벌어진다. 뒤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총으로 앞차 타이어를 쏘는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앞차의 엔진 시스템을 해킹한다. 순간 차가 멈춘다.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소용없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미국 UC샌디에이고와 워싱턴대 연구팀이 실제로 실험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실험 결과를 인용, “해킹이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24일 전망했다.

자동차 해킹 우려가 커지는 것은 점점 많은 차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의 자동항법장치(GPS)가 대표적이다. 블루투스나 차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도 해킹 대상이 될 수 있다. 고급 차종에서 가능한 원격 서비스 신청도 마찬가지다. FT 조사에 따르면 2002년 인터넷에 연결된 차는 전체의 5%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80%가 넘는다.

물론 아직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운전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 기능이 인터넷에 연결돼 운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주요 기능도 전자기기에 의해 제어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구글 등이 연구 중인 ‘자동운전차’가 상용화되면 해킹 위험은 더욱 커진다.

대형 자동차 업체들도 해킹 예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드는 자사 차량에 장착되는 정보기술(IT)기기에 각각 방화벽을 설치한다. 다임러는 고객의 원격 서비스 지원을 접수하는 서버를 회사 자체 서버와 별개로 운영하고 있다. FT는 “만약 해킹으로 소비자들이 생명을 잃어 리콜을 요청할 경우 자동차 업체들은 막대한 보상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