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겸 비엔웍스 CEO 변정민

그녀가 만드는 제품들은 그녀를 닮았다. 시끌벅적 요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은은하지만 세련된 매력을 지녔다. ‘멋스럽다’는 말이 그저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 고유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연기자 겸 방송인으로, 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비엔웍스(bien works)’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고 있는 변정민 씨 이야기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지만, 처음부터 사업을 해서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시발점은 바로 ‘명함’이었다.

모델 활동을 하며 직접 명함을 만들어 일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다녔다.

“많은 사진작가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모델에게 명함을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일도 잘 풀렸고요.(웃음)”
그런 지인들에게 연말에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나눠준 것이 또 많은 호평을 받았다.

“받으신 분들이 1년 내내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 해에는 좀 더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어 직접 다이어리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해 드렸죠.”

다이어리 앞뒤에는 자신의 이름 ‘변정민’을 써 넣었다. 다이어리를 써 본 사람들이 내년에도 꼭 다시 달라고 요청해 왔다. 지인의 지인들에게서도 다이어리를 어떻게 구입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연히 판매하게 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앞뒤로 ‘변정민’이라고 쓰여 있는 게 너무 창피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프랑스어로 ‘좋다’라는 뜻의 ‘비엔(bien)’과 작품이라는 의미의 ‘웍스(works)’를 합성해 좋은 작품이란 의미로 비엔웍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지은 거예요.”

15년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회사 이끌어

다이어리에 이어 다이어리 커버를 만들고 가죽 커버를 만들게 되면서 다른 가죽 제품을 만드는 일에도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렇게 작은 명함 하나에서 시작된 일은 어느덧 문구류를 비롯해 지갑과 가방 및 다양한 생활 소품 디자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 라인에 이르기까지 점점 확장돼 나갔다.

고급스러운 지류와 이탈리아 수입 가죽을 이용한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들은 명품 못지않은 품질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톡톡히 탔다. 어떤 물건을 만들 건 ‘비엔웍스’라는 이름 그대로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뜻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 결과였다.

“우리 제품은 한 번 써 본 분들이 다시 찾는 제품들로 유명해요. 또한 스스로 마니아를 자처하는 분들도 많죠.”

실제로 그녀의 사무실에는 종종 “자신이 쓰던 제품을 잃어버렸다, 동일 제품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 비엔웍스 제품을 소중히 아끼는 소비자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어떤 제품을 만들까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가장 먼저 고심하는 건 바로 퀄리티예요.”

메이크업 브러시가 들어갈 수 있는 긴 필통, 가죽으로 만든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티슈 케이스 등 자신이 생활 속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들을 디자인하고 제품화하곤 했다. 가죽에 스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일부러 악어 가방을 공정하는 곳에서 섬세하고 튼튼한 스티치를 박아 넣었다.

“요즘 구상하고 있는 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점점 생활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을 한꺼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멋스러운 가죽 가방이에요. 스마트 기기들이 편리하긴 한데 일상생활에서 가지고 다니는 게 불편한 데서 착상했죠.”

스마트 기기 넣고 다닐 가방 구상 중

변정민은 평소에도 국내외 미술전이나 아트페어를 다니며 다양한 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을 눈여겨보며 제품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또 매년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컬래버레이션(합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팝 아티스트 지니 리, 프랑스 그래픽 아티스트 에티엔 보메링거, 유럽과 미국에서 명성을 쌓은 화가 에바 알머슨, 영국 왕실 소속 로열 아카데미의 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전시회로 영국 및 전 세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애덤 그린 등 해외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은 ‘비엔웍스’ 제품들의 남다른 예술성에 많은 이들이 한 번 더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비엔웍스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다져지기도 했다. 기능적인 면을 살리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들이 가방에서 우리 다이어리나 우리 필통을 꺼내는 순간 주위에서 ‘이거 어디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해요. 그런 게 바로 우리 브랜드의 진짜 색깔이 아닐까 싶어요.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을 높여주는 제품이라고나 할까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른 만큼 브랜드 로고에 대한 변정민의 고집도 남다른 편이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라네즈·시세이도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나 현대카드 등 대기업들과의 B2B도 자주 진행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기업들 측에서는 비엔웍스의 브랜드 로고를 빼 줄 수 없는지 물어오곤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매번 설득과 조율을 통해 브랜드 로고를 지켜 왔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처럼 그녀가 만든 제품들은 그녀 자신에게도, 쓰는 사람들에게도 남다른 기쁨을 안겨준다. 오래 쓰면 쓸수록, 손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쓰는 사람의 개성이 나타나는 까닭에 그저 쓰다가 낡으면 버리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소중히 간직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일례로 우리 브랜드 로고만 해도 처음에는 그리 쉽게 눈에 띄지 않아요. 하지만 오래 쓰고 때가 질수록 점점 더 로고가 나타나게 되죠.”
그녀의 사업도 마찬가지다. 1, 2년의 단기 승부가 아니라 5년 앞, 10년 앞을 염두에 두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비엔웍스를 설립한 지 15년이 됐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20주년을 기념할 이벤트나 전시회에 대한 구상이 한창이다.

“여섯 살과 세 살짜리 딸이 있는데요, 아직은 아이들이 많이 어려 엄마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지금보다 사업을 더 크게 키울 생각이에요.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 그 아이들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즐겁게 기대하고 있어요.”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