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고충 특별신고에 41건 접수, 죄질나쁜 6건 경찰에

정부가 국내에 입국해 정착 중인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을 괴롭히는 불법행위에 단속의 칼을 뽑았다.

통일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제3국으로의 위장망명 유인이나 탈북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한 위협적 추심 등 불법적 행태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통일부 산하 재단법인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은 지난 2월 한 달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총 41건의 고충·피해 사례를 접수했다.

통일부는 지난 7일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기관 실무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41건의 신고 사례 가운데 '죄질이 나쁘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된 6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국가정보원에도 통보했다.

탈북자로부터 돈을 챙기기 위해 제3국으로의 위장망명을 부추긴 경우가 4건이나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 명의로 자동차, 휴대전화 등 고가의 제품을 사들이게 한 뒤 위장망명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부 대주고 대신 브로커들이 탈북자 명의의 자동차 등을 되팔아 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탈북자들은 제3국에서 난민신청이 기각돼 국내로 들어와 빚더미에 안게 되는 경우가 파악됐다.

탈북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받기 위한 브로커의 위협적 추심도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한 탈북 여성은 "주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브로커가 집으로 찾아와 '돈을 안 주면 북으로 다시 보내겠다'고 위협했다"고 신고했다.

북에 있는 가족을 탈북시켜 주겠다면서 돈만 챙긴 뒤 차일피일 미루는 브로커에 대한 신고도 접수됐다.

통일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6건 외에 16건은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과 국가정보원, 고용노동부 등에 통보했다.

41건의 고충·피해 사례를 내용별로 구분하면 국내 정착과정에서의 고충 14건, 브로커와 관련한 고충 7건, 위장망명 4건, 일반 단순 민원성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탈북자로 위장 입국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가 구속되고 탈북자들의 재입북 사례가 잇따르자 2월 한 달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통해 고충·피해 사례를 접수했다.

탈북자 브로커 문제는 난제다.

정부도 "필요악"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을 돕는 역할 때문에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입국했다가 재입북해 지난 1월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한 탈북자 출신의 김광호씨는 브로커 비용을 다 지급하지 못해 남한 법정에까지 갔지만 결국 재판에 져 집을 빼앗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탈북자들은 중국 등에서 국내로 들어오는데 브로커들에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1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착기본금이 700만원(1인세대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정착기본금의 상당수가 결국 브로커들의 손에 들어가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