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는 파리가 아니라 서울인 것 같아요. 완벽한 정보기술(IT) 환경에다 사람들이 어찌나 정열적으로 일하는지 예술가들에게도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첫 전시회를 연 지 7개월 만에 세 번째 전시회를 연 프랑스 출신 중견 사진작가 울라 레이머(56·사진)는 ‘한국 예찬론’을 폈다.

그가 처음 한국을 알게 된 것은 1년 전이다. 한국의 한 전시기획자가 개인전을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해 작년 4월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서울에 온 지 며칠 안 돼 바로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완벽에 가까운 IT 인프라 덕분에 일하기가 아주 편리했어요.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일을 추진할 때 ‘된다, 안 된다’를 명확하게 했어요. 한 번 하기로 결정하면 곧바로 실천에 들어갔고요.” 무슨 일이든 한참 기다려야만 진행이 되는 유럽 스타일에 익숙해 있던 작가에겐 일종의 충격이었다고 했다.

작년 8월 첫 전시회를 마친 레이머는 한국을 무대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두 달여 만인 그해 10월 ‘음과 양’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로 한국에서의 두 번째 전시회를 했다. 한국의 현대 건축물과 구름을 대비시켜 음과 양이 조화되는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5개월도 안 돼 이달 둘째 주부터 서울 갤러리 이마주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에는 1990~2000년대 대표작을 선보였다.

젊은 시절 레이머는 잘나가는 연예전문 사진기자였다. 프랑스인이지만 독일에서 자란 레이머는 독일의 한 신문사 특파원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을 취재했다. 1970년대 후반 유럽 신문 최초의 여성 사진기자 특파원이었다. 소피아 로렌, 알랭 들롱, 해리슨 포드, 로버트 드 니로 등 세계적인 배우들을 촬영했다.

예술사진을 꿈꿨던 그는 1990년대 들어 순수예술로 방향을 전환했다.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레이머에게 2000년 암이 발병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1년여 투병생활을 하며 동양적 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은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공물이 잘 조화된 것 같아요. 요즘 사찰과 현대적 건축물들을 소재로 한 작업을 시작했어요. 올가을쯤 한국에서 촬영한 작품들로 네 번째 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