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치고 정부개혁을 아젠다로 삼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고위공무원단과 행정정보 공개제도를 도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예 청와대 비서관실 사이의 칸막이를 없앴을 정도다. 그럼에도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국정 차질이 다반사였다. 예컨대 저소득층 지원은 9개 부처가 32개 프로그램을 제각기 운영하고 있다.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지만 고압가스는 지경부, 화학물질은 환경부, 안전지침은 고용부 관할이어서 사건이 나면 제각기 허둥댄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이 금융거래 자료를 안 넘겨준다고 푸념하고, 건보공단은 국세청이 납세자료를 안 줘 보험료 징수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취득·소득세 수치가 달라 통계에도 칸막이가 있다는 통계청장의 지적도 모두가 소위 관할권이라는 칸막이에 집착한 결과다. 부처 칸막이는 정부가 광화문, 과천, 세종시로 나뉘어 생기는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게 결코 아니다. 힘있는 부처일수록 정보와 권한을 틀어쥐고 이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부처의 조직 예산 기금 산하기관 등 속칭 ‘나와바리(관할권)’가 클수록 현직은 물론 퇴직 후 노후보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탓이다. 소위 정부 부처별로 자기완결적인 관료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처 간 협업체제를 구축해 협업TF에 예산을 주고, 업무평가도 협의체에 대한 평가로 바꾸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 개혁의 맥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소위 관료공화국을 해체해 정부를 관료가 아닌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