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매달 집에서 잡지처럼 받아보는 ‘서브스크립션(구독) 커머스’가 진화하고 있다. 음식 반려동물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뷰티 제품 위주였던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기존의 화장품 전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해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초창기 시장 뷰티 분야에 한정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매달 일정액을 내면 업체에서 선별한 제품으로 구성한 꾸러미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소비자 반응이 좋은 제품 위주로 ‘엄선된’ 제품을 싸게 받아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비싼 정품을 사기 전 샘플 분량의 제품을 써볼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이유다. 매달 새로운 제품을 보내주기 때문에 신상품에 민감한 소비자도 이용률이 높다.

초창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뷰티 제품 위주였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시초로 알려진 미국의 ‘버치박스’도 화장품 미니어처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이 회사는 2010년 4월 미국 뉴욕에 세워진 뒤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에서도 ‘글로시박스’를 필두로 ‘미미박스’ ‘겟잇박스’ 등 버치박스와 유사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기업이 잇따라 등장했다. 뷰티 전문가가 고른 베스트셀러 화장품 5~6개를 상자에 넣어 배달해주기 때문에 업체명에 ‘박스’가 붙은 곳이 많다.

○분야 다양해지고 사업자 늘어

최근에는 반려동물 육아 생활용품 의류 음식 등 다양한 분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펫츠비’는 반려동물 전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던 심종민 대표(28)가 반려동물 용품과 사료를 검색하느라 애를 먹다가 지난해 11월 직접 회사를 차렸다. 정보기술(IT) 미디어 벤처기업 ‘비석세스’ 편집장을 지낸 이다혜 부대표 등 5명이 공동 창업자다.

이 회사는 국내 80%를 차지하는 소형견부터 시작해 대형견 고양이를 대상으로 사료와 장난감 등을 공급한다. 제품 전체를 정품으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심 대표는 “국내 대부분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샘플로 구성돼 있다”며 “제휴사와 협의해 엄선한 정품을 공급해 신뢰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혜민 대표가 이끄는 ‘베베엔코’는 아기용품 전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다. 매달 육아 전문가가 추천하는 제품을 계절과 콘셉트에 맞춰 구성한 ‘베베박스’를 3만3000원에 판매한다. 젖병 손목보호대 인형 아동서적 등 다양한 구성을 나이대에 맞춰 받아볼 수 있다.

‘덤앤더머스’는 직장인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탈모방지 제품, 하루견과(견과류를 받아보는 서비스), 홍삼액, 출장세차 등 소비자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모았다.

○뷰티 서비스 “혜택 다양화”

기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분야인 뷰티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 혜택을 다양하게 해 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미미박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창업 1년여 만에 280여곳의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하는 등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계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티켓몬스터 패션 유통팀에서 일하던 하형석 대표(30)가 만들었다. 하 대표는 “5월에 모바일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미미박스 웹사이트 내 정품 코너인 ‘미미샵’에서 다루는 상품 종류도 5배가량 늘리는 등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미박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현재 1만6500원인 가격을 점차 내려 고객층을 넓힐 계획이다.

국내 최초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인 글로시박스도 최근 유명 브랜드 화장품 ‘크리니크’의 트러블케어 라인 제품으로 구성된 한정판 ‘크리니크 스프링박스’를 내놓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고객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믿을 만한 업체 이용해야

하지만 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물품 구성을 업체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곳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간식을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가 늘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유통한 업체가 적발돼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웰빙 차와 간식을 배달해주는 ‘잇티박스’는 최근 경영 악화로 문을 닫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환불해주지 않기도 한다”며 “장기간 결제를 할 때는 업체가 얼마나 믿을 만한 곳인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필수”라고 당부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