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 스리웨스트클럽호텔에서 중기중앙회·중소기업진흥공단 주최로 열린 한국 중소기업 시장개척단 행사장. 진상천 상경섬유 사장은 “작업용 장갑에 붙는 13.2%의 관세가 없어졌지만 미국 수출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완제품 생산 중소기업에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15일로 한·미 FTA 발효 1주년을 맞아 성과를 놓고 분석이 한창인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의 반응이 싸늘하다.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 기업은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한·미 FTA 1주년 효과’ 자료에 따르면 중기 수출은 한·미 FTA 발효 후 1년간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3.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 수출증가율(2.69%)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분의 대부분이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 몫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백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보다 76.2% 늘었지만 공기청정기와 세척기계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수출액은 오히려 31.8% 감소했다. 양갑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실장은 “수출 증가 품목의 대부분이 대기업 동반 진출 기업 품목이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한·미 FTA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가 이 같은 수출 중기들의 애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상반기 중 미국 현지에 중소기업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우수 중기의 수출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업은 단순히 바이어를 연결해 주거나 금융·마케팅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을 직접 매입한 뒤 판매해주는 방식이어서 주목된다.

김기문 회장을 포함한 중기중앙회 회장단 10여명은 10~16일 ‘한·미 FTA 1주년 시장조사단’을 구성, LA와 뉴욕을 돌며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사전조사 작업을 벌였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 수입 판매하는 일종의 ‘종합상사’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지난달 정기총회 때 이미 합작법인 설립안건을 통과시켰고, 지난해부터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상반기 중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법인은 우선 연내 100여개의 우수 중기제품을 선정, 현지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현지법인은 납품 대금을 외환은행을 통해 선적과 동시에 지급하고, 외환은행엔 제품 판매 후 대금을 받아 지급하게 된다.

중기중앙회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외환은행과 외환거래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기중앙회는 이와 함께 한국 중기 제품을 현지에 알리기 위해 △중기제품 전용매장 설치 △미주지역 핵심 바이어와 유력 벤더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확충 △현지 물류업체들과의 협력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LA에서 시작해 미국 다른 지역과 중동, 유럽 등지로 조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LA·뉴욕=박수진 기자 psj@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