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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년째다. 가수로, 방송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유열 씨가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음악대’를 기획, 제작해 무대에 올린 지 어느덧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는 가장 대표적인 어린이·가족 뮤지컬 제작 회사인 유열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의미 있는 족적들을 선보이고 있다.

‘브레멘음악대’는 해마다, 아니 공연하고 있는 중에도 매번 음악·의상·스토리텔링·안무 등을 새롭게 바꿔 나가다 보니 두 번, 세 번 연이어 재관람하는 관객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그 덕분에 현재 ‘브레멘음악대’는 누적 관객 50만 명, 연매출 약 10억~12억 원을 기록하며 한국 어린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서울에서만 공연하다가 5년 차부터는 전국 13~15개 지역 등에서 순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2009년에는 동화 ‘브레멘음악대’의 배경인 독일에 초청받아 브레멘과 오펜바흐시에서 공연했고 2011년에는 한국 최초로 중국 상하이 국제아동극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받아 중국 관객들에게 한국 어린이 뮤지컬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이 에너지가 넘친다, 역동적이라는 것이죠. 춤이나 음악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도 많이 들었어요.”
가수 유열, 1년에 10억 '효자사업' 재미에…
수익보다 어린이 감성 발달에 도움 주고 싶어

오랫동안 가수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경험이 뮤지컬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뮤지컬 공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의 완성도나 대중의 기호를 읽는 힘, 톡톡 튀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작품 안에서 구현하는 디렉팅 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경험이라는 자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뮤지컬 ‘브레멘음악대’의 원작은 늙고 병들어 주인에게 버림받은 당나귀·개·고양이·수탉 등이 자유의 땅 브레멘을 찾아가는 도중에 다양한 사건을 겪은 후 도둑을 물리치고 브레멘음악대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다.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간단해요. 서로 다른 동물들이 친구가 되고 브레멘으로의 여정 속에서 함께 힘을 모으고 무엇인가를 성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너희 모두가,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함께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주는 것이죠.”

그는 문화 공연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감성을 키우고 문화 소양을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교육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그는 당장의 수익을 올리는 일보다 멀리 보고 진심을 담은 공연으로 동심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할 계획이다.

“사실 다른 어린이 뮤지컬 작품들에 비해 ‘브레멘음악대’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에요.”
가수 유열, 1년에 10억 '효자사업' 재미에…
더 나은 공연, 더 훌륭한 문화 콘텐츠를 향한 꿈

지방 공연을 갈 때 보통 5톤 트럭 2대분이 움직이게 된다. 거기에 배우와 스태프들을 합치면 총 40여 명의 인원이 함께 움직인다. 당연히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공연인 까닭에 공연 단가가 낮은 편이어서 수익을 맞추기 힘들 때도 많았다.

“그래서 늘 살림이 아슬아슬한 편이죠.(웃음) 공연이 가진 좋은 뜻을 알아주고 동참해 준 후원 기업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계속해 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함께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직원들의 공도 컸다. 3D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척박한 제작 환경 속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만들어 나간다’는 자존심으로 최선을 다한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장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관객들에게 종종 편지를 받곤 해요. 한번은 어느 분이 너무나 소중한 추억과 감동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편지를 주셨더군요. 이제까지 아이와 함께한 시간 중에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고요.”
가수 유열, 1년에 10억 '효자사업' 재미에…
유열은 스테디셀러 공연인 ‘브레멘음악대’에 이어 올해 ‘수궁판타지’라는 신작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아들을 얻으며 늦깎이 아빠 대열에 합류한 그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감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그 편지들을 공연 대기실에 붙여 놓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읽도록 한다.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아이와 그 부모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것을 매 순간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씨앗을 심더라도 토양이 좋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수확물을 얻기가 힘들다. 서울 시내에 제대로 된 어린이 전용 극장이 단 한 곳도 없는 우리 문화 환경의 현실은 외국과 비교하면 척박하다는 표현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외국에서는 어린이들의 문화 환경 조성에 나라는 물론 지자체·시민사회·기업 등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후원도 아끼지 않죠. 200~300석에 달하는 소규모 어린이 전용 극장도 수없이 많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게 되고 공연 제작자들은 철학적인 내용, 환경적인 내용 등을 담은 다양한 공연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죠.”

하지만 현실이 척박하다고 해서 꿈마저, 희망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뛰어난 문화 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으려는 그의 꿈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올해는 좀 유난히 바쁠 것 같아요. 일단 오는 4월 20일부터 5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브레멘음악대’ 7주년 공연이 펼쳐지고 그 후 지방 투어 공연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 특별한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다. 4년여간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준비해 온 뮤지컬 한 편이 드디어 올해 11월 초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궁판타지’라는 작품이에요. 우리의 판소리에 미국 작곡가가 참여한 작품으로, 대본·음악·연기로 심사하는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이나 창작 팩토리 등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죠. ‘브레멘음악대’에 이어 ‘수궁판타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