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68·사진)의 임명동의안이 일본 의회를 통과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에 적극 찬성해온 구로다가 일본은행의 수장이 되면서 일본 정부는 앞으로 더욱 과감한 양적완화에 나설 분위기다.

일본 참의원(상원)은 15일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인 구로다와 부총재로 내정된 이와타 기쿠오 가쿠슈인대 교수,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 이사 등 3명의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당초 야당인 민주당이 제1당인 참의원에서 통과가 지연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참의원 242명 중 124명이 찬성했다. 앞서 자민당이 다수당인 중의원(하원)에서는 전날 임명 동의안이 통과됐다.

구로다는 오는 20일 임기 5년의 일본은행 총재로 공식 취임한다. 또 다음달 3~4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재한다. 그는 대장성(현 재무성) 조세 관련 부서 관료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국제금융국장(현 재무성 국제국장), 국제금융 담당 재무관을 지낸 뒤 2005년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재직해 왔다.

구로다의 취임 확정 소식에 이날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1.45% 오른 1만2560.95엔에 거래를 마쳤다. 또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8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총 1조172억엔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주간 순매수 규모가 1조엔을 넘어섰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투자 매력이 커진 데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구로다는 일본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양적완화 찬성)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일 중의원 운영위원회에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자세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매파(양적완화 반대)로 분류되며 아베 정부와 줄곧 갈등을 빚어 왔던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현 총재는 임기 만료를 나흘 앞둔 15일 중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재정 건전성이란 두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장에선 물가 상승이 너무 급격해질 때 중앙은행에서 적절히 통제해 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