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섯 살이 된 아들을 둔 주부 김하영 씨(34)는 지난달 말 ‘아이즐거운카드’를 신청하기 위해 집 근처 농협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3월부터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이 카드가 필요한데 창구 직원은 “카드가 없어 즉시 발급이 안 되니 다른 지점을 찾아가라”고 한 것이다.

김씨는 “둘째 아이 출산비를 지원받는 데 필요한 ‘고운맘카드’에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받은 ‘아이사랑카드’에 이어 ‘아이즐거운카드’까지 카드를 몇 개나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이즐거운카드를 단독으로 발급하는 농협은행 및 지역농협이 각 지점에 카드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소득에 관계 없이 만 3~5세 자녀를 둔 모든 가정이 유치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면서 카드 발급 수요가 급격히 늘었는데, 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올해 만 3~5세 중 유치원에 가기로 한 아동은 120여만명에 달한다.

학부모들은 부산 지역(부산은행)을 제외하고는 농협 한 군데에서만 카드를 발급받도록 해 불편을 겪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카드 발급사를 선정할 때 농협만 선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이즐거운카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아닌 단순 인증카드로도 발급받을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미미해 대부분의 은행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지점은 카드를 충분히 보유하지 않아 김씨처럼 헛걸음하게 만든 경우가 발생했다. 서울 아현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카드 재고가 없어 즉시 발급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직원이) 인근 지점에 먼저 전화해 카드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아이즐거운카드를 통한 3월 유치원비 신청을 지난 12일 마감함에 따라 카드 발급이 늦어져 애를 태우던 일부 학부모는 퀵서비스로 카드를 배달받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카드가 없어 유치원비 지원을 신청하지 못했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달은 현금으로 우선 결제하고, 다음달에 환급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카드 부족에 따른 고객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올초 10만장을 추가로 각 영업점에 공급했으나 카드 수요가 작년보다 2~3배가량 늘어 일부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카드가 모자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