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아발론 투입에 긍정적 효과 기대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견제를 위해 마련한 비교 시승 행사에 한국토요타가 미소를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쏘나타 비교 시승 차종으로 캠리를 직접 끌어들이자 오히려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배경이 주목된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비교에 동원된 수입차는 토요타 캠리와 BMW 528i, 벤츠 E클래스, 미니 쿠퍼 등이다. 이 가운데 캠리는 쏘나타 경쟁 차종으로 준비됐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소비자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하고 싶은 차종을 선정했다"며 "쏘나타와 캠리의 동시 시승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비교 대상이 된 토요타는 미소를 짓고 있다. 한국토요타는 "현대차가 쏘나타 경쟁으로 캠리를 지목해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향후 변화될 제품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그간 국산차 비교 대상에 오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처럼 한국토요타가 미소를 지은 이유는 올해 들여올 제품전략과 무관치 않다. 그간 캠리 가솔린 2.5ℓ와 2.4ℓ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쏘나타와 그랜저를 동시 겨냥한 것에서 벗어나 제품별 1:1 경쟁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캠리를 쏘나타로 자연스럽게 이동시켰다는 것. 특히 한국토요타가 올해 그랜저의 직접 대항마로 아발론을 투입할 계획이어서 오히려 현대차의 '쏘나타 vs 캠리' 경쟁 구도는 아발론을 그랜저 경쟁으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현대차가 캠리를 쏘나타 경쟁으로 부각시킬수록 아발론이 도입되면 '아발론 vs 그랜저' 인식이 확고해진다"며 "이 경우 아발론의 입지가 두터워지는 효과를 가져 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국내 준대형 시장을 노리는 한국토요타로선 현대차의 이번 비교 시승이 아발론 영역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셈이다.

실제 한국토요타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V6 3.5ℓ 아발론을 들여와 그랜저 3.3ℓ GDi와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아발론의 경우 북미에서 배기량이 작은 그랜저보다 연료효율이 높다는 점을 부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아발론의 북미 연료효율은 V6 3.5ℓ 6단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시내는 ℓ당 8.92㎞, 고속도로는 13.1㎞다. 반면 현대차 아제라(국내명 그랜저)는 V6 3.3ℓ 6단 변속기 기준으로 시내는 ℓ당 8.5㎞, 고속은 12.3㎞다. 외형으로는 비슷하지만 토요타는 시내 효율이 ℓ당 17㎞, 고속은 16.5㎞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투입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국내 안방 접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발론 외에 1:1 맞춤 경쟁 전략은 모든 차급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싼타페를 겨냥해 이미 FJ크루저 도입 계획을 확정했고, 이달 말 서울모터쇼에는 신형 RAV4를 선보여 투싼ix를 직접 노린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렉서스는 독일차, 토요타는 현대차'라는 구도를 형성,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토요타의 국내 제품 전략은 현대차에 견주는 것"이라며 "그간 하이브리드와 틈새 제품 투입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토요타의 강점인 다양한 제품을 순차적으로 모두 들여오는 것"이라며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적극 부응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비교 시승은 내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토요타는 중대형 세단과 SUV 제품군이 모두 갖춰지면 신형 코롤라도 재투입, 준중형 시장까지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국산 준중형차 가격이 상승세에 있는 만큼 새로워진 코롤라를 내놓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타 브랜드와 신뢰도 높은 제품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정직한 제품과 서비스"라며 "제품으로 기본적인 신뢰를 얻는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