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엔화가치는 8일 뉴욕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96엔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이 여파는 11일 도쿄외환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져 전주보다 0.79엔 떨어진 96엔대 전반을 기록했다.

엔화가 달러당 96엔대를 기록한 것은 3년7개월만의 일. 불과 4개월만에 달러당 15엔이나 급락한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도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세에 우려를 표명할 정도다.

엔저(低) 가속의 주된 배경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미국 경기 회복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낮은 금리의 엔화 금융상품을 팔아 달러 금융상품을 사들이기 때문. 이와 함께 새로운 일본은행 체제에서 과감한 금융완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도 이러한 엔저에 힘업어 지난 8일 12,283.62를 기록, 4년반만에 리먼쇼크 이전의 주가를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서는 엔화가치가 앞으로 3개월 정도에 달러당 100엔대로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않다.

닛케이주가도 6개월내에 14,00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등장하고 있다.

엔저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일본 수출기업들로서는 주가 상승의 호재가 된다.

초점은 미국과 일본의 금융완화 행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가 2%의 물가목표를 2년 정도에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한다'고 밝힌 데 비해, 미국에서는 금융완화 출구 논의가 `조심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금리 상승으로 미일 금리차이가 커지면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급속한 엔저에 대한 경계감도 있다.

미국, 일본의 가파른 주가 상승과는 달리 세계 실물경제는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재정문제 등도 아직 미해결 상태다.

시장에는 이 때문에 최근의 엔저 상황은 투기세력이 만든 것이어서 악재가 터지면 다시 엔고(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