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던 태곳적 그리스인들은 겨울마다 봄이 다시 오지 않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봄이 오리라 예상은 했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봄이 여느 해보다 조금 늦게 오기라도 하면 혹시 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들은 신을 위로하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봄이 다시 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축제를 열었다. 묵은해를 상징하는 신의 형상을 불태우고 새해를 상징하는 신의 형상을 만들었다. 짐승 가죽을 뒤집어쓰고 봄의 길목에 피는 꽃잎을 따서 대지 곳곳에 뿌렸다. 생명의 기운이 온누리에 다시금 깃들기를 바라는 염원의 표현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사람들은 신이 우리에게 영원한 봄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축제를 멈추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는데 어찌 수수방관할 수 있으랴. 두 팔 벌리고 대지로 나아가 봄의 아름다운 자태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봄아 어서 오너라.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