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하도급업체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요구하고 공사를 수주하면서 조합장 등에게 주기로 한 수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하도급업체에 115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지모씨(51) 등 임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7일 발표했다. 경찰은 이 회사 직원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 등은 경쟁업체에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이직해 2009년 3월 건자재사업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직 첫해 실적이 부진하자 연간 매출 목표액(33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하도급업체인 Y사 등에서 창호원자재 50억원어치를 납품받은 것처럼 꾸미고, 이를 다른 하도급업체인 I사 등에 65억원에 넘기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렸다. 이들은 2010년 12월까지 12개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58회에 걸쳐 115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 등은 허위 계산서를 발행하면서 “나중에 원자재와 함께 공사 대금도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바람에 허위 계산서는 매입업체의 채무로 이어졌고 하도급업체들이 해당 금액을 갚아야 했다. I사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가운데 최소 6개 회사가 부도로 이어졌고 일부 업체 대표는 자택이 가압류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도급업체에 리베이트 비용도 떠넘겼다. 한 업체는 1억원가량의 이익이 남는 공사를 하면서 리베이트 비용 1억원을 대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에 대해 “해당 임원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진행된 부적절한 거래”라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 실제로 계산서 내용대로 하도급업체와 거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