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커지고 배 들어가고…슬림해진 '4060'
의류회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남성 캐주얼 브랜드 클럽캠브리지. 30대에서 50대까지 남성을 공략하는 이 브랜드의 윗옷은 몇 년 전보다 작아졌다. 95~110까지 사이즈를 내놓지만 한국 남성의 체형 변화에 따라 치수를 조금씩 줄였기 때문이다. 정용곤 클럽캠브리지 기획팀 차장은 “편안하고 착용감이 좋은 옷을 선보이기 위해 매년 달라지는 남성들의 체형을 반영한 봉제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2~3년 전과 비교하면 상의는 허리 부분이 평균 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중장년, 몸무게는 ↓ 키는 ↑

이처럼 대한민국 중장년층이 과거보다 날씬해지고 키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실시한 중장년 3차원(3D) 인체형상 측정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40~69세 남녀 1228명의 신체 부위를 측정한 결과 2004년보다 몸무게는 줄고, 키와 다리 길이는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남성의 평균 몸무게는 같은 기간 70.9㎏에서 70.0㎏으로 감소했다. 허리둘레도 86.3㎝에서 85.5㎝로 줄었다. 반면 평균 키는 8년 전보다 1.3㎝ 커진 16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리 길이도 72.5㎝에서 73.5㎝로 길어졌다. 50대 남성의 체중은 2.2㎏ 감소해 66.1㎏이 됐다. 허리둘레는 2㎝ 줄어든 85.2㎝를 기록했다. 평균 신장은 0.3㎝ 늘어난 166.1㎝였고 다리 길이는 73.5㎝로 1㎝ 길어졌다.

60대 남성의 체중과 허리둘레는 각각 65.9㎏(-0.2㎏)과 87.1㎝(-2.0㎝)로 나타났다. 키는 164.0㎝(-0.3㎝)로 소폭 줄었지만, 다리 길이는 72.6㎝(+0.7㎝)로 길어졌다.

여성은 40·50·60대 모두 평균 몸무게가 0.1~0.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57.7㎏, 50대 57.6㎏, 60대는 58.1㎏을 각각 기록했다. 평균 키는 눈에 띄게 커졌다. 40대는 158.8㎝로 2.4㎝, 50대는 155.9㎝로 2.2㎝, 60대는 153.2㎝로 1.3㎝ 각각 늘어났다. 다리 길이도 0.4~1㎝ 길어졌다. 김용석 기표원 연구사는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40·50대 남성의 비만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체적으로 한국인 체형이 서구형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체형의 서구화 진행

전문가들은 한국인 체형이 서구화되고 있는 이유로 섭취하는 음식의 질과 양의 변화를 꼽는다.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음식 문화도 서양식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2 양곡 소비량 조사’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처음으로 70㎏ 미만(69.8㎏)으로 떨어졌다. 2001년 88.9㎏에서 10여년 사이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밀 소비량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쌀과 밀의 소비량 격차는 매년 줄고 있다. 결국 전체 음식 섭취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운동과 미(美)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도 체형이 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유기수 동아대 의대 교수(전 대한체질인류학회장)는 “과거보다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음식문화가 서양화되면서 체형도 변하고 있다”며 “몸을 가꾸기 위해 노동 대신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체형 변화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표원은 이번에 측정한 3D 인체형상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3월 중순부터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