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대부분이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디자이너와 컨설턴트들이 벤처기업을 만들어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 많아지고 ICT가 보편화되면서 ‘예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약 600만명이 쓰는 주문·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앱을 이용한 배달 시장 개척은 기술기반 기업이 아니라도 할 수 있고, 고객 취향에 맞는 화면을 꾸미고 전체 흐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창업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 대표는 “모바일과 소셜 시대에는 기술보다 감성이 더 중요하다”며 “디자이너들은 감성적인 부분을 잘 다루기 때문에 (창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능 기반 구직 모바일서비스 ‘예티’를 만든 이지웍스의 이성원 공동대표 역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다. 구직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진과 동영상, 문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쉽게 꾸밀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한눈에 구직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서비스의 경쟁 포인트도 디자인이다.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는 이탈리아 도무스디자인아카데미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 회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노래방 앱 ‘톡송’ 등 다양한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오토바이 헬멧 업체 HJC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최영욱 시우인터렉티브 대표는 처음에는 디자인 컨설팅을 하다가 모바일 앱 개발사로 전환했다.

컨설턴트로 뛰다가 창업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던 김민국 비테이브랩 대표는 “컨설턴트 경력이 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모바일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직업군에서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BCG 출신인 최선준 퀸시 대표도 “엔지니어와 협업을 매끄럽게 할 수 있다면 벤처기업 대표가 꼭 엔지니어 출신일 필요는 없다”며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컨설턴트들이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 역시 딜로이트컨설팅 출신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