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취득세 감면 등을 위한 부동산 활성화 법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고갈을 막기 위한 영유아보육법 등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방송정책 기능을 둘러싼 정쟁에 민생법안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못한 부동산 활성화 법안은 취득세 감면을 위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및 주택임대관리회사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 임대주택사업자가 토지를 빌려 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할 수 있게 하는 ‘임대차법 개정안’ 등이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지난달 20일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 법사위 전체회의가 다시 열리면 그때가서 이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법 개정안 역시 야당 의원들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국토해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영유아보육비 국고보조율을 높이기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발이 묶여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새누리당 의원들이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차체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이르면 5월부터 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에 보낸 상태다.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을 5년 내 30%까지 높이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합 법 개정안’도 이번 회기 내 처리되지 못했다.
이처럼 각종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지만 여야 모두 협상력을 잃어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새 정부 임기 초반 힘있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책임질 사람이 없다보니 일부 강경파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기능 이관은 민생과 큰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여야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최민희 의원 등 언론 시민단체 출신이 방송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전은 새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