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너스를 제한하려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에 영국 은행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 금융중심가 ‘시티’의 대형 은행들이 EU의 보너스 규제 법안에 대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회와 EU집행위원회, EU각료회의는 지난 1일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이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에 합의했다. ‘바젤Ⅲ’로 불리는 이 법안은 유럽의회와 EU정상회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EU는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원국 과반수가 동의하면 법안이 가결되며, 유럽 은행뿐 아니라 유럽에서 영업하는 국가의 은행에도 적용된다. EU 재무장관들은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법안의 최종 합의 여부를 논의했다.

독일 프랑스 등 과반의 회원국이 법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계속 반대하고 있다. EU 차원에서 강도 높은 규제가 이뤄지면 자국에서 영업 중인 대다수 은행들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다.

은행들은 이 문제를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소송을 위해 법률적 자문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FT는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세부사항을 수정하기 위해 프랑스 등과 타협을 진행 중이지만 은행들은 이미 합의에 이른 법안을 장관이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은행들의 법률자문을 맡은 미국 로펌 ‘셰어맨 앤드 스털링’은 “연봉과 보너스 비율을 정하는 것은 유럽법에 위반될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등 회원국의 국내법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은행들이 실제로 법정 싸움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고액 보수와 보너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심한 상황에서 법정 다툼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