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주말인 2일 국가정보원장과 금융위원장 인선안을 전격 발표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당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국정원장 등 인선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그 전에 인선안부터 내놓으면 야당을 자극, 협상에 장애가 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안보 및 경제위기와 관련한 국정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배경을 설명하면서 “안보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인선을 우선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관련 조직법 국회 통과가 안돼 정식 발령이 나지 않은 데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사청문회 실시 여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국정원장을 빨리 인선해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국제금융전문가를 금융위원장에 내정한 것도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신속히 대처할 준비를 갖추겠다는 의미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국무총리실장에 임명한 것 역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윤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들 세 명의 인선에는 ‘정부조직법 대치’와 관련, 야당에 대한 압박의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즉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로 안보·경제 분야에서 ‘국정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국정원장과 금융위원장 인선을 통해서라도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주말 인선에 대해 민주통합당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해석과 무관치 않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평일을 두고 굳이 주말에 정부 인선을 발표한 것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정원장 등 인선을 발표함에 따라 주요 정부 인선 중 남은 권력기관장 인선도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사정기관장과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 등 경제권력 수장 인선을 먼저 함으로써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압박’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