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나 ‘노후’는 우리에게 너무 무겁고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새겨져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일반적인 퇴직 연령이 55~60세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명은 곧 100세에 도달한다고 하니 ‘노후’가 불안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회피 행동’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답답하고,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노후에 대한 깊은 고민과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은퇴 후 삶이 불안한 이유는 막연한 ‘노후 생활비’ 계산에서부터 비롯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주가 생각하는 월평균 노후 생활비’는 부부 기준 185만~28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은퇴 자금을 계산해 보면 6억~1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소득의 상당 부분은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퇴직금은 어떤가? 노후를 위해 묻어두고 싶지만 자녀 결혼 비용 등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지금부터 열심히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퇴 자금 준비를 빨리 시작하는 것과 소비 관리 및 저축의 습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는 은퇴 후 삶을 은퇴 전 삶과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만족스럽지 않은 현재의 삶을 그대로 연장하는 것보다 과감히 생활 패턴의 전환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점에서 최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시작과 함께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유는 건강, 자유로운 생활 등 다양하다. 자급자족적 생활에 따라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큰 이유다. 군(郡) 지역의 생활비는 서울 등 수도권의 60~7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원에서의 삶이 노후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마을공동체 생활에 따라 이웃과 한가족처럼 지낼 때 오는 행복은 핵가족 시대에 소중한 노후 자산이 될 수 있다.

허승택 < 농협은행 퇴직연금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