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서울대=무조건 1위' 공식 깨졌다 … "평판보다 평가" 지각변동
② "2020년 대학, 신입생이 모자란다" 덩치 줄이고 강해져야 생존
③ 칼텍 웰즐리대 꿈꾼다 … 노벨상 힐러리 배출 노하우 '벤치마킹'
④ 탈(脫)규모 서강대 포스텍 한동대 울산대 금강대 주목받는 이유
⑤ 이대 프리미엄 NO! '적자생존' 7곳 남은 여대들 더 뜨겁게 경쟁
대학도 구조조정 시대다. 국내 대학들은 2020년 이전 '신입생 가뭄'을 겪을 전망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전국 대학의 총 입학정원보다 줄어들기 때문. 대학은 몸집을 줄이고 더 강해져야 살아남는다. 창의적인 우수 인재를 길러내 미래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소임도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국내 대학도 공고한 서열을 깨고 세계 무대에서 하버드, 케임브리지 등과 겨뤄야 할 때다. 우리 대학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5회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는 새 정부 초대 내각에서 유일한 여대 출신이다. 부산여대가 윤 내정자의 모교다. 그런데 이 대학은 현재 여대가 아니다. 남녀공학(신라대)으로 바뀌었다. 여성 장관 후보자를 배출할 만큼 인정받았지만 여대 정체성을 지키지 못했다.
이처럼 여대가 남녀공학으로 변신한 사례는 많다. 199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부산여대는 신라대로 이름을 바꿨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하면서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전국의 4년제 여대는 이화 숙명 성신 서울 동덕 덕성여대와 지방의 광주여대 등 7개만 남았다.
수험생 선호도 저하, 입학자원 부족, 졸업생 취업 문제 등이 여대의 발목을 잡았다. 대학 통폐합, 남녀공학 전환 등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여대들이 전체 대학의 위기를 약 10년 정도 앞당겨 맞은 셈이다. 문제를 먼저 겪은 만큼 미리 고민하고 해답도 발 빠르게 찾았다.
◆ 여대들 문닫고 선호도 줄고… 10년 먼저 위기 겪다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올라갔고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지만 여대 브랜드의 효용이 예전만 못하다는 세간의 평가는 '불편한 진실'이다.
여대가 갖는 사회적 의미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당초 여대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고등교육을 위해 설립된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남녀 불평등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여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라 역설적으로 여대만의 장점이 불투명해졌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학생들의 여대 지원율이 떨어지는 기피 경향과 '동문 파워'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신라대 관계자는 "여대로 남아있었다면 신입생 모집에서 불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도 "남녀공학으로 바뀐 후 동문이나 학과 범위가 확대되고 네트워크가 넓어진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위기론 속에 현재 남아있는 여대들도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고민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남녀공학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성신여대도 2010년 교명에서 '여자'를 빼고 일반 종합대처럼 바꾸는 것을 검토했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전체 대학들이 겪을 구조조정 위기를 여대들이 먼저 경험한 것은 이제 장점이 됐다. 위기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 생존을 고민하면서 개별 대학마다 특화된 교육모델을 만드는 등 맞춤형 여성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양정호 덕성여대 발전정책실장은 "입학자원 부족 같은 현실적 문제 때문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것은 여대의 단점을 덮기 위해 장점을 포기한 셈" 이라며 "여대들은 기존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특성화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를 제외하면 여대들의 규모가 작아 여대 간 경쟁보다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 "이대 나온 여자" 그늘 벗고 독자 발전 나선 여대들
여대들은 이 과정에서 '이대 프리미엄'의 그늘을 벗어나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여대 대표주자 이화여대의 독식 구조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하나 둘씩 빛을 보고 있다. 숙명여대는 최초로 여성 학군단(ROTC)을 유치했다. 서울여대는 여대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선정 '잘 가르치는 대학'(ACE사업)에 뽑혔다.
숙명여대는 리더십 교육이 강점으로 꼽힌다. 2003년부터 조직생활 체험에 초점을 맞춘 '리더십그룹 프로그램' 을 실시하고 있다. 조병남 숙명여대 리더십센터 교수는 "여대 졸업생이 조직 생활에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성과는 대표적 조직인 군(여성 ROTC 유치)과 회사(졸업생 평판도 순위 상승)에서의 높은 평가로 인정받았다.
적극 투자에 나선 곳도 있다. 성신여대는 2011년 제2캠퍼스인 '운정그린캠퍼스' 를 열었다. 같은 해 융합문화예술대학을 신설하고 '난타' 공연기획자 송승환, 배우 조재현 등 유명 인사를 교수로 초빙해 주목받았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2013년도 수시모집(1차) 경쟁률 평균 31.1 대 1로 전국 여대 중 최고를 기록하는 등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서울여대는 강점 극대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성과를 냈다. 공동체 기반 학부교육을 기치로 인성 강화 교육모델인 '바롬 프로그램' 을 만들었다. 창학 때부터 시행한 특유의 기숙형 인성교육이 토대가 됐다. 김명주 서울여대 ACE사업단장은 "남성 중심 조직문화를 벗어나 여성에 '올인'해 여성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것은 여대 뿐"이라고 역설했다.
'여성 파트너십' 이란 독특한 개념을 교육과정 전반에 도입한 덕성여대도 눈길을 끈다.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는 판단에 따라 이해·동행·소통·나눔을 키워드로 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전통적 강세를 보인 약대와 연계한 프리-팜·메드(Pre-Pharm·Med) 전공 개설 등 학과 특성화에도 힘썼다.
동덕여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 캠퍼스 다원화를 추진했다. 좁은 캠퍼스를 보완하고 실용 학풍과 현장 중심 특성화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였다. 유일한 지방 소재 여대인 광주여대도 취업 중심 학과 개편으로 2010~2011년 광주 지역 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 여대 대표주자 이화여대, '脫 여대' 통해 당당히 경쟁
반면 '탈(脫) 여대' 방침을 내건 이화여대는 종합대들과의 경쟁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여대들의 변화 노력과 함께 그간 여대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온 이화여대 역시 '여대' 범주를 벗어나 남녀공학들과 경쟁하는 '동반성장' 방안을 찾고 있다.
이화여대는 세계 최대 규모 여대다. 1996년 전세계 여대 최초로 공과대학을 만드는 등 각종 여성 최초·최고 타이틀을 갖고 있다.
신경식 이화여대 기획처장은 "이화여대는 여대이긴 하지만 학교 규모나 핵심 역량 면에서 다른 여대들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며 "여대 범주가 아닌 종합대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내부에서 스스로를 '이화대학'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올라섰다. 최근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어치가 발표한 '2013년도 100대 상장기업 및 코스닥 100대 기업 여성임원 전수조사 현황'에서 이화여대가 출신교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2·3·4위였다. <그래프 참조>
이 조사에서 이화여대가 서울대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 유명 남녀공학을 졸업한 여학생들보다 여대 출신이 더 인정받은 것은 기존 남성 중심 사회에 도전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화여대 특유의 학풍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해 서울대를 졸업한 국립대 여교수는 "대학 입학점수는 서울대가 높지만 오히려 여학생에만 포커스를 맞춘 '여대 교육'을 받은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남녀공학의 경우 (남성) 교수들이 은연중에 여학생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며 "반면 여대는 칭찬과 배려를 중시하는 특유의 문화나 인프라가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전국여교수연합회장을 지낸 박남희 경북대 교수는 "여학생들 스스로 남학생들과 함께 경쟁하고 배우는 것을 선호해 여대의 입지가 좁아졌다" 면서도 "여대는 남녀공학에 비해 여성 리더 교육에 적합한 면이 있으므로, 종합대들과 나란히 경쟁하되 여대만의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봉구/이하나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② "2020년 대학, 신입생이 모자란다" 덩치 줄이고 강해져야 생존
③ 칼텍 웰즐리대 꿈꾼다 … 노벨상 힐러리 배출 노하우 '벤치마킹'
④ 탈(脫)규모 서강대 포스텍 한동대 울산대 금강대 주목받는 이유
⑤ 이대 프리미엄 NO! '적자생존' 7곳 남은 여대들 더 뜨겁게 경쟁
대학도 구조조정 시대다. 국내 대학들은 2020년 이전 '신입생 가뭄'을 겪을 전망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전국 대학의 총 입학정원보다 줄어들기 때문. 대학은 몸집을 줄이고 더 강해져야 살아남는다. 창의적인 우수 인재를 길러내 미래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소임도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국내 대학도 공고한 서열을 깨고 세계 무대에서 하버드, 케임브리지 등과 겨뤄야 할 때다. 우리 대학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5회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는 새 정부 초대 내각에서 유일한 여대 출신이다. 부산여대가 윤 내정자의 모교다. 그런데 이 대학은 현재 여대가 아니다. 남녀공학(신라대)으로 바뀌었다. 여성 장관 후보자를 배출할 만큼 인정받았지만 여대 정체성을 지키지 못했다.
이처럼 여대가 남녀공학으로 변신한 사례는 많다. 199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부산여대는 신라대로 이름을 바꿨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하면서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전국의 4년제 여대는 이화 숙명 성신 서울 동덕 덕성여대와 지방의 광주여대 등 7개만 남았다.
수험생 선호도 저하, 입학자원 부족, 졸업생 취업 문제 등이 여대의 발목을 잡았다. 대학 통폐합, 남녀공학 전환 등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여대들이 전체 대학의 위기를 약 10년 정도 앞당겨 맞은 셈이다. 문제를 먼저 겪은 만큼 미리 고민하고 해답도 발 빠르게 찾았다.
◆ 여대들 문닫고 선호도 줄고… 10년 먼저 위기 겪다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올라갔고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지만 여대 브랜드의 효용이 예전만 못하다는 세간의 평가는 '불편한 진실'이다.
여대가 갖는 사회적 의미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당초 여대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고등교육을 위해 설립된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남녀 불평등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여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라 역설적으로 여대만의 장점이 불투명해졌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학생들의 여대 지원율이 떨어지는 기피 경향과 '동문 파워'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신라대 관계자는 "여대로 남아있었다면 신입생 모집에서 불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도 "남녀공학으로 바뀐 후 동문이나 학과 범위가 확대되고 네트워크가 넓어진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위기론 속에 현재 남아있는 여대들도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고민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남녀공학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성신여대도 2010년 교명에서 '여자'를 빼고 일반 종합대처럼 바꾸는 것을 검토했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전체 대학들이 겪을 구조조정 위기를 여대들이 먼저 경험한 것은 이제 장점이 됐다. 위기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 생존을 고민하면서 개별 대학마다 특화된 교육모델을 만드는 등 맞춤형 여성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양정호 덕성여대 발전정책실장은 "입학자원 부족 같은 현실적 문제 때문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것은 여대의 단점을 덮기 위해 장점을 포기한 셈" 이라며 "여대들은 기존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특성화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를 제외하면 여대들의 규모가 작아 여대 간 경쟁보다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 "이대 나온 여자" 그늘 벗고 독자 발전 나선 여대들
여대들은 이 과정에서 '이대 프리미엄'의 그늘을 벗어나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여대 대표주자 이화여대의 독식 구조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하나 둘씩 빛을 보고 있다. 숙명여대는 최초로 여성 학군단(ROTC)을 유치했다. 서울여대는 여대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선정 '잘 가르치는 대학'(ACE사업)에 뽑혔다.
숙명여대는 리더십 교육이 강점으로 꼽힌다. 2003년부터 조직생활 체험에 초점을 맞춘 '리더십그룹 프로그램' 을 실시하고 있다. 조병남 숙명여대 리더십센터 교수는 "여대 졸업생이 조직 생활에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성과는 대표적 조직인 군(여성 ROTC 유치)과 회사(졸업생 평판도 순위 상승)에서의 높은 평가로 인정받았다.
적극 투자에 나선 곳도 있다. 성신여대는 2011년 제2캠퍼스인 '운정그린캠퍼스' 를 열었다. 같은 해 융합문화예술대학을 신설하고 '난타' 공연기획자 송승환, 배우 조재현 등 유명 인사를 교수로 초빙해 주목받았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2013년도 수시모집(1차) 경쟁률 평균 31.1 대 1로 전국 여대 중 최고를 기록하는 등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서울여대는 강점 극대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성과를 냈다. 공동체 기반 학부교육을 기치로 인성 강화 교육모델인 '바롬 프로그램' 을 만들었다. 창학 때부터 시행한 특유의 기숙형 인성교육이 토대가 됐다. 김명주 서울여대 ACE사업단장은 "남성 중심 조직문화를 벗어나 여성에 '올인'해 여성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것은 여대 뿐"이라고 역설했다.
'여성 파트너십' 이란 독특한 개념을 교육과정 전반에 도입한 덕성여대도 눈길을 끈다.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는 판단에 따라 이해·동행·소통·나눔을 키워드로 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전통적 강세를 보인 약대와 연계한 프리-팜·메드(Pre-Pharm·Med) 전공 개설 등 학과 특성화에도 힘썼다.
동덕여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 캠퍼스 다원화를 추진했다. 좁은 캠퍼스를 보완하고 실용 학풍과 현장 중심 특성화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였다. 유일한 지방 소재 여대인 광주여대도 취업 중심 학과 개편으로 2010~2011년 광주 지역 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 여대 대표주자 이화여대, '脫 여대' 통해 당당히 경쟁
반면 '탈(脫) 여대' 방침을 내건 이화여대는 종합대들과의 경쟁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여대들의 변화 노력과 함께 그간 여대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온 이화여대 역시 '여대' 범주를 벗어나 남녀공학들과 경쟁하는 '동반성장' 방안을 찾고 있다.
이화여대는 세계 최대 규모 여대다. 1996년 전세계 여대 최초로 공과대학을 만드는 등 각종 여성 최초·최고 타이틀을 갖고 있다.
신경식 이화여대 기획처장은 "이화여대는 여대이긴 하지만 학교 규모나 핵심 역량 면에서 다른 여대들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며 "여대 범주가 아닌 종합대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내부에서 스스로를 '이화대학'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올라섰다. 최근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어치가 발표한 '2013년도 100대 상장기업 및 코스닥 100대 기업 여성임원 전수조사 현황'에서 이화여대가 출신교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2·3·4위였다. <그래프 참조>
이 조사에서 이화여대가 서울대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 유명 남녀공학을 졸업한 여학생들보다 여대 출신이 더 인정받은 것은 기존 남성 중심 사회에 도전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화여대 특유의 학풍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해 서울대를 졸업한 국립대 여교수는 "대학 입학점수는 서울대가 높지만 오히려 여학생에만 포커스를 맞춘 '여대 교육'을 받은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남녀공학의 경우 (남성) 교수들이 은연중에 여학생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며 "반면 여대는 칭찬과 배려를 중시하는 특유의 문화나 인프라가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전국여교수연합회장을 지낸 박남희 경북대 교수는 "여학생들 스스로 남학생들과 함께 경쟁하고 배우는 것을 선호해 여대의 입지가 좁아졌다" 면서도 "여대는 남녀공학에 비해 여성 리더 교육에 적합한 면이 있으므로, 종합대들과 나란히 경쟁하되 여대만의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봉구/이하나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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