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연예인으로 데뷔시켜 주겠다며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뜯고, 성추행한 혐의로 가수 출신 A연예기획사 대표 김모씨(2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2008년 다른 연예기획사에서 가수 매니저로 1년간 일한 적이 있으며, 2011년에는 직접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김씨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연예인 지망생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온 16~22세 연예인 지망생 30명으로부터 한 사람에 300만~1000만원씩 모두 2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 연예인 오디션 정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교생·대학생 등에게 “신인 아이돌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모집하니 오디션에 참가하라”고 권유해 참가자들을 모두 합격시켰다. 이후 이들에게 “2년의 계약 기간 동안 연습생이 소속사를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증금을 받는다”며 돈을 뜯어냈다.


그는 연예인 소속사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등포구 양평동, 마포구 합정동 등에 사무실을 차렸다. 또 “데뷔할 때까지 숙식 제공은 물론 보컬·댄스 트레이닝 등 체계적인 훈련을 시키고, 앨범 제작비와 방송 활동 및 공연을 지원한다”고 속여 연예인 지망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실제 김씨의 회사에는 변변한 음향 시설도, 보컬 트레이너도 없어 연습생들이 각자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하는 게 전부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 연습생 가운데 정작 연예인으로 데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씨는 연습생들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뜯어낸 돈으로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오디션에 합격한 P양(16)에게 “살이 쪘는지, 뱃살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겠다”는 이유를 대며 가슴과 허리를 만지는 등 여자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 해 5월에는 기획사 사무실에서 한 여자 가수 지망생이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X년’ 등의 욕을 하며 목검을 던져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연예인 지망생들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부분은 사실이지만, 연습생들을 가수로 데뷔시키기 위해 실제로 연습시켰다. 돈을 뜯어내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게 폭행을 당한 한 피해 여성은 기획사에서 나온 뒤 김씨로부터 ‘만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하는 등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김씨처럼 가수 활동을 지원할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도 돈만 노리는 악덕 연예기획사가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어 지속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