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쿠차(35·미국)가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첫 번째 대회인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875만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쿠차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GC(파72·7791야드)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헌터 머핸(미국)을 2&1(1홀 남기고 2홀 차)로 물리쳤다. 이로써 지난해 준결승에서 머핸에게 6&5로 당했던 패배를 설욕했다. 지난해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이후 9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쿠차는 우승상금 150만달러(약 16억2000만원)를 거머쥐었다. 통산 5승째를 거둔 쿠차는 월드랭킹 23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쿠차는 4~6번홀과 8번홀(파5)에서 모두 이겨 4홀 차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6번홀(파3)에서는 ‘홀인원성 버디’를 낚았다. 10, 11번홀을 따내며 반격을 시작한 머핸은 11번홀부터 15번홀까지 5개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쿠차를 압박했다.

13, 14번홀을 서로 나눠 가진 뒤 16번홀(파3)에서 쿠차의 티샷이 갤러리 스탠드석으로 날아가면서 머핸은 1홀 차로 따라붙었다. 17번홀(파4)에서 둘의 티샷이 같은 벙커에 빠졌으나 쿠차가 두 번째 샷을 홀 1m 옆에 갖다 놓은 반면 머핸의 볼은 가시덤불 아래에 멈추면서 승부가 갈렸다.

쿠차는 “후반 들어 머핸이 상승세를 타면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매치플레이에서는 먼 앞을 생각해선 안 된다. 매홀 현재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잘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쿠차는 장타랭킹 155위(평균 279.6야드)에 불과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장타자들을 줄줄이 물리쳤다. 4강전에서 꺾은 제이슨 데이(호주)는 장타 랭킹 18위(평균 299.8야드)였다. 16강전에서는 장타 랭킹 2위 니콜라 콜사츠(평균 307.2야드), 8강전에서는 장타 랭킹 8위 로버트 개리거스(평균 303.7야드)를 각각 제압했다. 최근 3년 연속 8강에 오른 쿠차는 매치플레이 전적 15승3패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 보리스 베커(독일) 같은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 피터는 대학 시절 테니스 선수였으며 플로리다주 대표에 뽑힐 정도의 실력파였다.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테니스를 접한 그는 두각을 나타내며 플로리다주 주니어 선수 랭킹 5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동네 골프장 회원이던 어머니의 권유로 12세에 골프채를 잡았다. 이후 골프에 푹 빠지면서 테니스와 결별했다.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텍대 골프팀 시절 테니스팀원이었던 아내 시비를 만나면서 다시 테니스를 쳤다. 지금은 연간 85~90일 정도 테니스를 즐긴다. 2009년엔 아내와 함께 미국테니스협회가 주최한 부부 복식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골프에서도 뛰어난 소질을 드러냈다. 그는 1997년 직전년도에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던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석권해 한때 ‘우즈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다. 2000년 프로로 전향한 뒤 2002년 혼다클래식에서 첫승을 따냈으나 2005년에 상금랭킹 159위로 추락해 투어카드를 잃었다가 2006년 2부투어를 거쳐 2007년 복귀했다. 2009년 터닝스톤리조트챔피언십, 2010년 바클레이스를 각각 제패했으며 지난해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준결승에서 이언 풀터(잉글랜드)를 4&3로 꺾은 머핸은 매치플레이 연승 행진을 11위에서 멈췄다. 3~4위전에서는 데이가 풀터를 1홀 차로 이겼다.

쿠차가 말하는 테니스-골프 차이 테니스, 볼 뒤 올려치고 골프는 아래로 내리쳐야

맷 쿠차는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치고 케빈 나, 잭 존슨 등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3라운드 티오프 시간이 오후 2시24분으로 잡혔다. 대회장인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 근처에 사는 그는 오전에 여유가 생기자 가족들과 테니스를 즐겼다.

그는 아내 시비와 한팀, 아버지는 어머니와 팀을 이뤄 복식 경기를 펼쳤다. 가볍게 2-0(6-1, 6-1)으로 부모팀을 제압하고 기분좋게 샤워를 마친 뒤 대회장에 도착해 3라운드에 임한 그는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쳤고 최종일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자신의 테니스 실력에 대해 “테니스에도 핸디캡이 있다면 나는 3이나 4 정도 될 것”이라며 “골프 스윙과 테니스의 타격은 많이 다른데 테니스에선 많은 스핀이 필요하기 때문에 볼의 뒤쪽을 위로 쓸어 올려줘야 하지만 골프에서는 반대로 볼을 아래쪽으로 내리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골프와 테니스가 한 가지 비슷한 점은 몸의 회전 동작”이라며 “두 종목 모두 엉덩이를 먼저 틀어서 어깨를 열어주며 자연스럽게 클럽과 라켓이 볼이 통과하도록 한다”고 분석했다.

테니스 경기를 통해 매치플레이 승부 요령도 익혔다는 그는 “테니스는 상대 선수의 샷을 되받아쳐 꺾어야 하지만 골프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매치플레이에서는 상대 선수의 샷에 따라 전략적으로 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