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원래 꿈이 연예인…월드스타 되기 위해 영어배워"
개그맨 김영철은 독한 남자다.

김 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직업과 전혀 연관성 없는 영어 공부에 10여 년간을 매진했으며, 매일 아침 조깅을 하고 금연 한 지 8년. 그의 주위 사람들은 "너처럼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 그는 SBS '고쇼', '강심장' 등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라디오DJ, 전국 대학교에서 강연 활동까지 펼쳐 몸이 두개라도 부족할 듯하다. 그는 "이 얼굴로 장동건과 똑같이 8시간 자면 안 된다는 걸 일찍 깨쳤다"며 "부지런한 게 내 스타일"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영철 "원래 꿈이 연예인…월드스타 되기 위해 영어배워"
또 <개구리와 키스를'(Kiss that frog)> 등 영어 학습서와 번역서 4권이나 출판하며 스타 영어 강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는 꿈을 향한 자신의 도전기를 담은 자선 에세이 <일단, 시작해>를 출간하며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허심탄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는 나이가 드는 것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 모습이 더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며 뒤늦게 새로운 배움에 도전한 자신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도 도전을 주저하지 말고 일단 부딪치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눈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는 청춘이라면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가슴 떨리는 삶을 선택한 김영철처럼 꿈을 향한 배움과 도전을 결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영철은 1999년 KBS 공채 14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PD의 제안으로 우연히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 그는 영어 공부로 세계를 웃길 수 있는 개그맨이 되겠다고 다짐한 후 영어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볼 것을 제안 받은 것. 학위도 없고 누구를 가르쳐 본 경험도 없어 주저했다. 하지만 멘토 이근철 선생의 설득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강연자로서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영어를 배우고 나서 방송 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방송이 별로 없던 시기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1인자는 아니지만 영어를 재미있게 배우다 보니 어느 순간 총알 없는 전쟁터에 내 이름 석 자로 서게 됐다"며 스스로를 '대기만사성'이라고 평가했다. 그에게 영어는 인기뿐만 아니라 강의 등으로 고수익까지 가져다주었다. 김 씨의 월 소득은 수도권 30·40대 전문직 및 자영업자들과 비슷한 수준.
김영철 "원래 꿈이 연예인…월드스타 되기 위해 영어배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재미있었던 일도 많았지만 쉽지 않았던 순간도 많았다"

활동 영역을 넓히며 승승장구한 김영철에게도 아픔은 있다. 늘 활기찬 자신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넌 항상 기쁘기만 해?"라고 물을 때면 그는 "형과 아버지 이야기 해?"라고 반문한다고 한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최근 방송에서 "고 2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고 3때 형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며 "가족 잃은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그 때 당시 가장 힘든 시기였고 가슴이 미어진다는 걸 알았던 날"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 이혼 뒤 세 자녀를 홀로 키운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도 활기차게 극복하는 그의 가족 이야기를 공개한 바 있다.

이제껏 쉼 없이 달려온 김영철은 "아직도 할 일이 무궁무진 하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진솔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김영철의 10년 후가 궁금하다.

한국경제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