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고위법관 출신 대표변호사 나란히 선임

1심에서 각각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53) SK 회장과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이 2심에서 똑같이 법무법인 태평양을 주축으로 변호인단을 꾸려 눈길을 끈다.

1심 변론을 이끈 변호인을 다시 선임하지 않은 점이나 고위 법관 출신 태평양 대표변호사를 새로 고용한 점이 공교롭게 일치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해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4명을 새로 선임했다.

1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이 변론을 이끌도록 했으나 2심에서 과감히 로펌을 바꾼 것이다.

1심에 나선 민병훈(52·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도 재선임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신규 선임한 변호인단에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이인재(59·9기) 태평양 대표변호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위수(56·12기)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이 대표변호사는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이던 2006년 횡령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다만, 최 회장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 일부를 추가 선임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법정구속의 충격을 이내 추스르고 옥중에서 향후 변론 방향을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승연 회장도 법정구속된 이후 태평양을 중심으로 변호인 진용을 새로 갖춘 바 있다.

김 회장은 최 회장처럼 민병훈 변호사를 재선임하지 않은 대신,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노영보(59·10기) 태평양 대표변호사 등을 고용했다.

노 대표변호사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와 결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변론해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김 회장은 이밖에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홍만표(54·17기) 전 검사장,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을 지낸 조현일(50·18기) 변호사 등을 함께 선임했다.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낸 김 회장은 태평양을 통해 전날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 다음 달 결심공판 때 법정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변호인단을 재구성한 이유는 무죄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1심의 분위기를 바꿔 2심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인에게는 회사 사정을 샅샅이 드러내고 상의해야 한다.

새로운 로펌을 고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내부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최근 실형을 받은 재벌 총수들이 공교롭게도 2심에서 모두 태평양을 선임했다"며 "항소심 판결에 따라 변호사 업계가 술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