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청북면에 있는 일진디스플레이 본사 사무실. 이곳에는 다른 공장 사무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책상 간 칸막이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무실엔 개인적인 작업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칸막이가 있지만, 일진디스플레이는 2009년 3월 모두 없앴다.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개방형 사무공간을 꾸민 것이다. 직원들은 “처음엔 칸막이 없는 사무실이 어색했지만, 각 부서 간에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칸막이 없는 사무실’을 생각해낸 것은 심임수 일진디스플레이 사장. 심 사장은 ‘정보기술(IT) 전자부품 소재의 가치 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협업’, ‘토의’, ‘원칙 준수’를 3대 기업 문화로 정착시켰다. 그는 “IT업계는 ‘졸면 죽는다’는 말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제대로 정립하고 사람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우선 창의적인 토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평택공장 복지동 ‘어울림’을 준공했다. ‘어울림’이란 이름엔 소통 공간이 필요하다는 임직원의 자발적인 요구와 열망을 담았다. 어울림은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 3500㎡에 달한다. 식당, 피트니스센터, 교육시설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2층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카페테리아로 꾸며 직원들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 밖에 언제 어느 부서와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업무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곳곳에 회의 공간을 조성했다. 이 덕분에 기술, 제조, 영업부서 사람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일진디스플레이가 단기간에 성장하면서도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조직 기강 확립에 역점을 뒀기 때문이다. 2009년 300여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는 현재 6배가 늘어나 18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인원이 급증한 데 따른 부작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력 급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업무 매뉴얼 중심의 원칙을 준수한 덕분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정밀하고 정확한 공정이 필요한 IT산업 특성상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게 심 사장의 생각이다. 특히 복잡하고 미세한 작업이 이어지는 터치스크린 패널 제조 공정상 모든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심 사장은 누가 그 자리에 오더라도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인사 잘하기부터 자리 정돈, 작업장 청결 유지 등 사소하지만 기본을 지키는 문화를 뿌리내렸다. 심 사장은 “임직원 모두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원칙 중심의 조직 관리가 이뤄진다”며 “이를 통해 원가 절감은 물론 제품의 질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존속하고 발전하는 회사들은 모두 자신만의 기업문화가 강하다”며 “창조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