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입차 딜러들은 사상 최대 판매를 했어도 먹고살 게 없다. 목표 대수를 팔지 못하면 딜러권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기 때문에 안 팔 수도 없다.”

이달 초 수입차 발표회장에서 만난 한 수입차 판매대행사 사장은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본사가 지시한 판매목표에 따라 딜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고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 조사에 착수, 말로만 떠돌던 수입차 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드러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 BMW·벤츠 등 수입차 '빅4'에 '칼' 왜 빼들었나
공정위는 19일 오전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 상위 5위권 업체인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한국도요타 등 4개 업체에 조사팀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오전부터 공정위에서 2~3명이 사무실을 방문해 오후까지 지난해 수입차 판매 현황과 실적 등 전반적인 현황을 요구했다”며 “특정 사안에 집중된 것은 아니고 수입차 가격과 딜러 간 유통 구조에 대해 파악하는 차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수입차 업체들의 손익 구조를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판매 1위인 BMW코리아와 5위인 한국도요타가 지난해 모두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전년보다 약 17% 증가한 1조7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환차손 등을 이유로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한국도요타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73% 늘어났음에도 작년 2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현장조사는 다음달까지 결산 실적을 집계하는 수입차 업체들의 회계 조작 등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환율과 관련해 해외 본사와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외환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점이 없는지 엄정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선 것은 서면 조사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브랜드별 수입사와 딜러의 마진현황을 보고받고 불공정 관행에 대해 조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2년간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고 일부 브랜드의 독점이 심화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3만여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04대 많은 1만2345대가 팔려 올초에도 수입차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독일차를 포함한 유럽 브랜드 판매량은 9935대로 점유율이 80.4%나 됐다.

공정위는 올 들어 판매가 급증한 업체를 대상으로 수입사가 독점 지위를 남용해 딜러사에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은 없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특정 딜러사에 특혜를 주고 같은 영업권 내 추가로 대리점을 설립하도록 허용하거나 ‘물량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 목표를 강압적으로 제시하는 행위, 임의대로 마진율을 조정하는 가격 왜곡 등을 불공정 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적발할 방침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