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5대 제약사들의 작년 실적이 엇갈리면서 판도 변화가 나타났다. 4개사는 약가 인하 여파에도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해 전년도 위치를 수성하거나 한 계단씩 올라섰다. 반면 대웅제약은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까지 감소하며 순위가 크게 밀렸다.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2012년 결산 실적을 분석한 결과 5개사 가운데 동아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4개사는 수익률 악화 속에서도 전년보다 매출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약가가 평균 14% 일괄 인하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게 해당 업체들의 자평이다.

동아제약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9309억원의 매출로 1위 수성에 성공했다. 1967년 이후 45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영업이익은 5.7% 줄었으나 그나마 박카스 등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녹십자는 8117억원의 매출로 전년 3위에서 한 계단 뛰어오르며 처음으로 ‘빅2’에 올라섰다. 4분기 실적 악화로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9% 줄었다.

매출이 14.3% 늘어난 유한양행(7627억원)은 상위 제약사 가운데 외형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B형 간염치료제 등 작년 하반기 매출 상승을 이끈 대형 제품군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 증권가에선 성장세가 가장 높을 상위사로 꼽고 있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희비가 엇갈렸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 39.2% 감소했다. 2011년 2위까지 치솟았던 순위는 4위까지 밀려났다. 5위 한미약품과의 격차도 350억원 차이로 좁혀졌다. 오리지널 약품 판매 비중이 높아 지난해 4월 약가 인하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올해는 바이오시밀러 보톡스 제품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지난해보다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5위를 기록한 한미약품은 상위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6740억원, 영업이익은 127% 늘어난 481억원. 2011년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에 베이징한미의 급성장이 더해지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제약사 가운데 동아제약과 녹십자는 미국 임상3상 결과가 있고, 유한양행은 대형 신제품, 한미약품은 베이징한미 등 각각 성장 스토리가 있는 반면 대웅제약은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취약했다”며 “성장스토리의 결과에 따라 올해도 상위사 간 실적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