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7일 오후3시21분

“지난해 위축됐던 인수·합병(M&A)과 주식자본시장(ECM)은 올해 50% 이상 확대될 겁니다. 반면 잘나가던 채권자본시장(DCM)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IB부문 사장(사진)은 “올해 투자은행(IB) 시장 환경은 작년과는 딴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증권 IB본부장 출신으로 2009년 10월 하나대투에 합류한 장 사장은 지난해 대한전선 유상증자와 일본기업 SBI모기지 상장, 조선호텔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 자문 등을 지휘하며 하나대투를 ‘신흥 IB 강자’로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대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한국IB대상’에서 ECM부문 상을 거머쥐었다.

장 사장은 올해 ECM 부문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로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세계 경제 회복에 발맞춰 국내 증시가 살아나면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ECM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단기적으로 엔저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2, 3분기부터 국내 증시도 상승할 것”이라며 “증시가 살아나면 ‘웨이팅(대기) 리스트’에 있던 업체들이 IPO나 유상증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사장은 같은 이유로 M&A 시장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경기가 상승국면에 접어들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M&A 시장에 뛰어드는 매수자가 늘어날 뿐 아니라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매물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유럽 등 해외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다 원화 강세 영향으로 작년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기업 M&A(크로스보더 M&A)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엔화가 약세인 만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업체를 사들이려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계상황에 내몰린 비우량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오히려 작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막 올라가는 시점에는 우량기업에 자금이 한층 더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퍼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계기업 입장에선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사장은 ECM, M&A와 달리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DCM 부문은 올 2~3분기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금리는 투자자들이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을 뚫고 내려간 상황”이라며 “2~3분기를 기점으로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회사채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는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