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심부름센터에 돈을 주고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41)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정씨의 청부를 받고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묻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심부름센터 사장 원모씨(31)에겐 징역 30년과 전자발찌 부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이 공모해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침해했기 때문에 장기간 사회와 격리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들은 우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범행 준비 과정을 거쳐 행한 범죄여서 우발적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심부름센터 사장 원씨는 이미 강도 강간 미수 전과가 있어 엄정한 형을 선택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원씨에게 1억5000만원의 사례비를 주기로 약속하고 아내 박모씨(당시 34)를 살해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원씨는 지난해 9월14일 오후 4시께 박씨가 운영하는 서울 성동구 회사 앞에서 박씨를 납치, 인근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남편 정씨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사업체를 빼앗기 위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 전 남편이 운영하던 렌터카업체를 이어받은 박씨는 매달 2억원가량을 벌고 있었다. 반면 정씨는 서울 강남에서 노래방 등 주점을 세 군데 운영했지만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 아내 박씨는 1년 전부터 이혼을 요구했다. 박씨는 정씨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6억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미리 4억여원을 건넸다. 이 돈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정씨는 “이제 받을 돈이 2억원밖에 안 남았는데, 이혼하면 아이도 빼앗기고 거지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아내를 죽이기로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