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통장 등을 가로채 수억원을 챙긴 대출사기 일당의 국내 송금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대출 사기로 입금된 돈 수억원을 중국으로 송금한 혐의(사기 등)로 강모씨(50)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자신 명의의 통장을 이들 조직에게 양도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유모씨(46)를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일까지 중국 대출사기 조직이 ‘연7%의 낮은 이자로 대출해 준다’고 속여 400여명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입금받은 8억7000만원 상당을 인출해 중국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중국 대출사기 조직은 불특정한 다수에게 ‘낮은 이자로 NH농협 대출 대행을 해준다’는 거짓 문자를 보낸 뒤 보증금 및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최대 500만원의 돈을 입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 등 국내 송금책은 중국 대출사기 조직의 일원인 일명 ‘잉피니티’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로 신용카드 비밀번호, 인출금액, 송금계좌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대출 사기로 입금된 돈을 중국으로 송금했다. 강씨 등이 중국 대출사기 조직으로부터 수고비로 받아 챙긴 돈은 총 1500만원 가량이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입출금 통장은 ‘입출금을 자주해 신용등급을 높여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유씨 등으로부터 양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관계자는 “이같은 대출사기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은행을 빙자해 대출을 해준다는 문자 메시지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중국 대출사기단에 의한 대출 사기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고 보고 압수한 통장의 계좌 추적을 실시하는 한편 수사를 경기·충청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