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로는 자금이 4000억원 이상 순유입되며 인덱스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유가 뭘까. 주식 종목 선택만큼이나 펀드 선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액티브펀드에서 인덱스펀드로

2005~2007년 펀드 투자 열풍이 불던 시절에는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에 투자하면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펀드 선택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스타 매니저가 운용하는 성과 좋은 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인기 펀드의 운용 규모가 1조~2조원을 넘고 2, 3호 등 시리즈 펀드가 등장하면서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졌다. 성과도 동시에 부진해졌다.

운용 경험이 많지 않은 운용사와 펀드들도 우후죽순식으로 생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높은 시장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실망스러운 펀드 성과를 경험해야 했다. 코스피보다 못한 수익을 내는 펀드는 물론, 코스피는 플러스 수익을 냈는데도 원금 손실이 발생한 펀드가 나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은 펀드 선택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또한 펀드 선택의 어려움을 깨달으면서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점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펀드 매니저의 주식 선택 및 운용능력을 바탕으로 벤치마크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보다는 벤치마크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운용되는 인덱스 펀드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리스크 최소화로 장기투자 적합

인덱스 펀드는 벤치마크 주가지수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주가지수 상승률만큼 수익률을 얻고자 하는 펀드다. 가장 큰 특징은 펀드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 주가지수 성과를 추종, 액티브 펀드보다 투명하게 운용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액티브 펀드의 인기를 주도했던 것이 스타 매니저의 탁월한 운용 능력이었다면 액티브 펀드에 대한 불만을 가져다 준 원인도 역시 매니저의 운용 리스크다. 코스피지수에 편입돼 있는 종목 가운데 지수보다 부진한 성과를 나타내는 종목이 많은 현실에서 매니저의 종목 선정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면 인덱스보다 못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인덱스 펀드는 운용하는 사람의 시황관이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아 종목 발굴, 매매 타이밍과 관련한 매니저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강점은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효과를 발휘한다. 과거 일정 기간의 운용 성과가 좋아 가입한 펀드라 해도 장기적으로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매니저가 계속해서 시장의 방향과 종목 움직임을 예측하고 맞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기간 성과 1위를 달성하는 펀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 교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덱스펀드의 이런 강점을 일찍 깨닫고 최고의 투자상품 중 하나로 꼽았다.

인덱스 펀드는 운용에 대한 노력이 덜 들어 액티브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 액티브 펀드의 운용보수는 약 1.7~2.5%인 데 비해 인덱스 펀드는 약 0.5~1.5%로 1%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장기 투자 때 그 차이는 더 커지므로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진화하는 인덱스 펀드

인덱스 펀드에도 약점은 있다. 주도주에 대한 집중 투자가 가능한 액티브 펀드는 대세 상승기를 만날 때 그 흐름에 적극 참여해 주가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 인덱스 펀드는 운용 특성상 주가지수 외의 초과수익을 크게 누리기 어렵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구조의 인덱스 펀드가 나오고 있다. ‘지수 수익률+알파(α)’를 추구하는 인핸스드(enhanced) 인덱스 펀드, 지수 등락률의 1.5~2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인핸스드 인덱스 펀드는 지수 추종은 기본으로 하면서 배당수익, 주식대차, 현·선물 차익거래, 스와프 트레이딩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일반적으로 인덱스 펀드를 통해서는 벤치마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지만 인핸스드 인덱스 펀드를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일정 수준의 초과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의 하루 등락률 2배를 추종하는 펀드다. 상승장에서 탄력적인 수익률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총 투자기간 수익률의 2배가 아닌 하루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므로 인덱스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성과 변동성이 커진다. 지수가 떨어질 때는 2배로 하락하기 때문에 등락을 거듭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손실폭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시작하고 성과를 기다리기보다 시장의 대세 상승흐름이 확인되고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도 늦지 않다.

◆지수와 수익률 오차 작아야

인덱스 펀드를 고를 때는 가급적 벤치마크 지수와 수익률 오차가 작은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인덱스 펀드라고 해도 주가지수 전체 종목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지수를 잘 설명하는 대표 종목들을 편입한다. 따라서 주가지수와 펀드수익률간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장기 성과를 두고봤을 때 수익률 오차가 작은 펀드를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

또 인덱스 펀드는 규모가 있는 지수 대표 종목을 주로 편입하므로 펀드 규모 역시 충분히 큰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어려울 때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펀드의 기본인 인덱스 펀드로 돌아가 펀드 선택의 어려움도 해결하고 주식시장의 성과도 누려보자.

송은나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unna1230.so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