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쿠폰 年80억 버려진다

유효기간 지나도 90% 환불 가능한데…모르는 소비자 많아

< 기프티콘·기프티쇼·기프티유 >

경남 김해에서 파견 근무 중인 회사원 박종겸 씨(32). 작년 12월 친구에게서 4400원짜리 ‘스타벅스 카페라테 기프티콘’을 받았지만 직장 근처에 스타벅스가 없어 묵혀 두고 있었다. 설 연휴 서울에 올라와 기프티콘을 쓰려 했지만 매장 직원은 “유효기간이 2월8일로 끝나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두 달 넘도록 사용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고 스마트폰에서 기프티콘을 삭제했다.

SK텔레콤은 ‘기프티콘’, KT는 ‘기프티쇼’, LG유플러스는 ‘기프티유’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모바일 쿠폰 시장은 해마다 수백억원씩 커지고 있다. 쓰임새도 갈수록 넓어져 편의점의 500원짜리 간식부터 커피, 햄버거, 아이스크림, 피자 등 외식 메뉴와 주유권, 홍삼 건강기능식품, 유료 애플리케이션 등까지 모바일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탓에 박씨처럼 제때 쓰지 못하고 지워버리는 사례도 많다. 통신사들이 박씨 같은 소비자들로부터 얻는 ‘낙전수입’이 매년 수십억원에 달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통신 3사의 모바일 쿠폰 매출은 2009년 311억원, 2010년 594억원, 2011년 945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1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발행된 모바일 쿠폰 가운데 매년 5~6% 정도는 그냥 버려지고 있다. 2009년 18억원, 2010년 34억원, 2011년 46억원, 작년에는 80억원가량이 소비자가 미처 사용하지 못해 미사용 쿠폰으로 남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쿠폰이 문자메시지로 발송되기 때문에 다른 문자에 밀려 잘 보이지 않으면 깜빡 잊고 넘기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의 약관을 보면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 쿠폰은 상품으로 교환할 수 없다. 그러나 유효기간 안에는 100%, 유효기간 만료 이후 5년 내에는 90%를 환불받을 수 있다. 통신사 고객센터에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업체들이 이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소비자가 안 쓰길 바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KT는 만료일 30일 전 “기프티쇼 유효기간이 30일 남았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구매처에 문의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만 연장이나 환불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있다.

환불절차와 기준이 통신사마다 제각각인 점도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SK 기프티콘은 쿠폰을 받은 수신자가, KT 기프티쇼와 LG 기프티유는 쿠폰을 구매한 발신자가 환불을 신청해야 한다. 기업이 경품으로 대량 구매해 제공한 모바일 쿠폰은 환불이 제한될 수 있다. 또 SK 기프티콘은 유효기간이 지났어도 60일 이내에 소비자가 신청하면 1회에 한해 연장해주는 반면 다른 통신사들은 환불만 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